"국가 주력산업 '반도체' 만들 탄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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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사 공장사고·정비에
택배용 고체탄산 수요도 급증
공급난 심화…반도체도 타격
성장세 시장서 불확실성 커져

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탄산 품귀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업계까지 강타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탄산 수급에 비상이 걸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해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위기를 맞던 국내 반도체 산업계가 이번에는 탄산 수급 불안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2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업계에 탄산 공급 부족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요 강세에 따라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탄산 가격은 올 하반기에만 20~30% 올랐고, 내년에는 50%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원하는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량의 절반 정도만 겨우 채워서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산은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깎아 내면서 생긴 불필요한 찌꺼기를 씻어 내는 '세정' 공정에 쓰인다. 액체로 된 탄산이 세정에 이용되고, 노광 공정에서도 해상력을 높이기 위한 소재로 탄산이 쓰일 정도로 비중 있는 원료다.

문제는 탄산 공급이 줄면서 시작됐다. 탄산은 석유화학 회사가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거나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졌다.

탄산 생산 자체가 줄어든 데다 사고까지 더해져 공급 부족이 심화했다. 3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폭발로 가동이 멈췄다. LG화학은 최근 나주 공장 설비를 정비하면서 부족한 상황을 가중했다.

이런 와중에 비대면 경제 활동 증가에 따른 배송 및 물류 업계의 드라이아이스 수요, 즉 고체 탄산에 대한 수요까지 급증하는 등 탄산 공급 부족이 여러 산업군으로 번지면서 이 영향이 반도체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소재 업체 관계자는 “시급한 상황이어서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사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사진= 롯데케미칼>

반도체는 국가 경제에서 핵심 산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7%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코로나19에도 반도체는 비대면 경제 활동 증가 및 데이터센서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우상향하고 있다.

내년 시장 전망도 긍정적인 가운데 원료 부족으로 발목이 잡힐지 우려된다. 삼성전자 측은 “원자재 수급 상황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탄소 수급 불안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안에 공장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데다 탄산 수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당분간 불안정한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탄산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정제 후 사용한다. LG화학·롯데케미칼·현대오일뱅크 등에서 원료 탄산을 만들고, 태경케미컬·한유케미칼·덕양·유진화학 등이 액상화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는 단계를 거친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소재의 중요성에 따라 지난해 한유케미칼 지분 80%를 인수했다.

반도체 웨이퍼<사진=전자신문DB>
반도체 웨이퍼<사진=전자신문DB>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