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연쇄 파업, 생산손실 '3만대' 육박…위기에 몰린 협력사들

완성차 업계의 파업 강행에 누적 생산손실이 3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 국면에서 파업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협력사들은 납품에 차질을 빚으면서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 부평공장.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부분파업을 벌인다. 전반조 4시간, 후반조 4시간씩이다. 누적 파업 일수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총 15일에 이른다. 잔업과 특근 거부도 병행하면서 누적 생산손실은 2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신규 투자 중단은 물론 한국 시장에서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도 파업을 이어가면서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노조의 행동으로 한국에 추가 투자나 새 제품 할당을 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한국지엠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고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국 물량을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로 배정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기아차 노조도 이번 주 부분파업을 계획했으나 일단 유보했다.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4시간씩 단축 근무 방식으로 진행하려던 부분파업을 미루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사측과 협상을 벌인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25일부터 27일까지 부분파업을 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올해 무분규 합의를 이룬 것과 대비된다. 기아차 국내 공장 연간 생산능력(148만여대)을 고려하면 부분파업 시 생산손실은 1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라인.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라인.

기아차는 현대차와 동일하게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과 격려금 등을 지급하는 안을 내놨으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와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한 추가 제시안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파업 여파는 협력사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국지엠 협력사 모임 협신회는 파업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사가 부도에 직면하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협력사들은 2만2300대 분량의 생산차질이 발생, 애초 납품 목표 절반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신회는 “일부 협력사는 전기세는 물론 직원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사업을 포기하고 반납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르노삼성차도 강경파 노조 집행부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파업 가능성을 남겨뒀다. 노조는 사측의 정비지점 매각 추진 반대 등에 내세워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최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이 한국 시장에 남기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르노삼성차 올해 임단협은 지난 9월 교섭을 마지막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노조는 현재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관련 업계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완성차 업계의 연이은 파업이 현실화되고, GM 한국 사업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경제 회복의 가느다란 희망마저 철저히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된 데다 노사 분규로 생산 차질까지 겹쳐 부품업체들의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