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킨 '호텔롯데 상장 드림팀'…지주 ESG 개선 이끌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이 고강도 인적쇄신에도 호텔롯데 상장에 중추적 역할을 할 핵심 인사는 전원 유임시켰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중책을 연속성 있게 끌고 가겠다는 판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그룹 '재무통'인 이 사장은 호텔업과 무관한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과 함께 호텔롯데 상장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과 롯데호텔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김현식 대표이사 전무 역시 이번 인사 대상에서 빠졌다.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전반적 실적 부진에도 재신임 받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지주에서 BU, 각 사업부로 이어지는 '호텔롯데 상장 드림팀'도 그대로 유지됐다. 올해 갑작스러운 외부 변수로 상장 적기를 놓친 만큼, 내년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기업공개(IPO)를 재추진 할 수 있도록 인력 구성을 갖춰 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면세점과 호텔 사업부문 모두 코로나로 인한 실적 타격으로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친 만큼 당분간은 실적 회복에 주력할 전망이다. 호텔롯데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8143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48% 급감했다. 영업적자도 4632억원에 달한다. 상장을 위해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꾀하는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 완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다. 순환출자 고리는 대부분 해소했지만 여전히 호텔롯데가 지주사 밖에서 지주사 지분을 가진 옥상옥 구조로 남아있다.

특히 신 회장이 강조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호텔롯데 상장이 중요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 ESG 등급은 B+로 롯데 계열사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그 중에서도 지배구조(G) 영역이 B등급으로 부진하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는 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롯데지주의 오너 리스크가 이사회 반대 사유로 꾸준히 거론됐던 점을 고려하면 일본 롯데와의 완벽한 분리를 통해 지주사 체제 퍼즐을 완성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게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판단 지표로 ESG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롯데의 경영 분쟁 위험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도 내년 호텔롯데의 빠른 사업 정상화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