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삼국지]<4> 떠오르는 전기레인지 시장…신 3강 순위 다툼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고객들이 전기레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고객들이 전기레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떠오르는 인기 주방가전 중 하나인 전기레인지. 신기술인 인덕션 방식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가스레인지에 비해 안전하고, 유해가스 발생이 없어 인기가 높다. 조리시간이 빠르고, 청소가 쉬운 것도 장점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에 가세했고, 시장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초기 전기레인지 시장은 SK매직, 쿠쿠, 쿠첸, 린나이 등이 주도했다. 당시에는 상판을 직접 가열하는 하이라이트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8년을 전후해 유도가열을 이용한 인덕션 방식이 확산됐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장 변화가 시작된 것도 이때쯤이다.

전기레인지는 가스레인지를 빠르게 대체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18년 연간 판매대수가 가스레인지 120만대, 전기레인지 80만대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2019년에 각각 100만대 수준으로 비슷해졌고, 올해는 전기레인지가 120만대를 기록하며 80만대 수준으로 줄어든 가스레인지를 역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GfK 조사도 이 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수량 기준 28%, 금액 기준 42%나 성장했다. 전기레인지 가격이 가스레인지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금액 기준으로는 가스레인지 시장의 3배가 넘는다.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올해 11월 24일까지 전기레인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레인지 시장 구도는 인덕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 인덕션 등장 이전에는 SK매직, 쿠쿠, 쿠첸, 린나이, 외국 가전업체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특히 SK매직, 쿠쿠, 쿠첸, 린나이까지 4개사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SK매직이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다른 업체들이 점유율 확대를 시도하는 양상이었다.

인덕션 등장 후에는 가전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에 들어왔다. 대기업의 가세는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쳤다. 가장 큰 변화는 시장의 확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덕션 위주의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며 시장 급성장을 이끌었다. GfK는 상반기에 인덕션 소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86%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기레인지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가장 좋은 것은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라며 “전기레인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면서 시장 참여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은 SK매직, LG전자, 삼성전자가 신 3강 체제다. 쿠쿠, 쿠첸, 린나이 등 구 3강을 형성했던 회사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SK매직 하이브리드 인덕션
SK매직 하이브리드 인덕션

신 3강 중 1위는 SK매직으로, 점유율은 20%대로 추산된다. SK매직은 가스레인지 1위를 전기레인지 1위로 이어갔고, 인덕션 방식이 등장한 새로운 전기레인지 시장에서도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SK매직은 시장에서 1위라는 인식이 구축되면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양한 판매 방식도 강점이다. 일반 소매 판매보다 렌털을 통한 판매가 더 많다. 최근에는 라이브커머스 등 새로운 유통 방식도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 디오스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
LG 디오스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

SK매직에 이어 LG전자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10% 중후반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강력해 전기레인지 역시 인기다. LG전자는 일반 판매와 함께 렌털 서비스인 케어솔루션과 연계한 판매로 성장세에 힘을 더하고 있다. 최근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SK매직과 1위 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 비스포크 올 인덕션 전기레인지
삼성 비스포크 올 인덕션 전기레인지

3강의 한 축인 삼성전자는 하이라이트 방식 제품은 거의 없고, 인덕션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기를 얻고 있는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제품군에 전기레인지를 추가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강점 중 하나는 기업간거래(B2B) 빌트인 시장으로, 신축 아파트 등에 대량 공급하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전기레인지 시장은 한동안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 3강을 구축한 기업들이 펼칠 시장 쟁탈전도 격화될 전망이다. 또 구 3강을 형성했던 업체들이 어떤 전략으로 반격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