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23〉OTT에 프랜차이즈 비용 부과?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지난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현재 불어닥친 미디어 산업의 변혁을 예측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21세기 방송의 디지털화가 본격 실현될 때도 한동안 교과서 수준의 논의만 전개될 것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른바 '미디어 빅뱅'이라 불릴 정도의 급변화가 짧은 기간에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어 어지럽기까지 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 화두가 되는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러 나라에서 투자하고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거기에 코로나19까지 광범위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빅뱅의 중심에 있는 산업계나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정부조차도 헉헉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아날로그 시대에 작동하던 법과 규제가 디지털 시대에서는 작동이 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본 자체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코로나19로 세수가 부족해진 미국의 몇몇 지역정부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세금 부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지역정부가 방송사업자에 지역방송 허가를 내주고 그에 따른 '프랜차이즈 사용료'를 받고 있다.

올해 초 몇몇 시에서 넷플릭스·훌루 등 OTT 사업자를 상대로 지방자치 프랜차이즈 사용료를 납부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플랫폼 사업자도 OTT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시설에 있는 인터넷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매출의 5%에 해당되는 프랜차이즈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소송을 지켜본 다른 지역정부도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코로나19로 미국에서 유료방송 '코드커팅'이 늘어 OTT가 급성장한 것도 빌미가 됐다. 올 상반기에만 넷플릭스는 2500만 신규 가입자가 늘어났다. 기존 유료방송사업자도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코드커팅과 OTT 급성장은 케이블TV에 세금을 부과하는 지역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됐다. 케이블TV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도로와 인도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금 부과 대상이 됐다.

OTT 성장을 정부 입장에서 보면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OTT 사업자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논란은 세금에 관한 이슈로 보이지만 사실은 아날로그 시대에 맞던 옷이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파생되는 근본과 관련된 문제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성장하기 시작할 즈음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입 시 적용할 법과 제도에 대한 고민 및 논의를 통해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문제는 OTT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미디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커머스 시장이 자연스럽게 미디어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언택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더더욱 그럴 것이다. 5G 시대에서는 대부분 산업에서 이런 진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TV를 통한 홈쇼핑, T커머스와 미디어커머스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단지 사용하는 디바이스를 제외하곤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이는 한쪽은 허가와 승인 절차를 밟은 규제의 영역 아래 있는 방송사업자로 규정돼 있고, 또 다른 쪽은 아무런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유료방송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상황과 마찬가지의 규제 공백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는 기술 발전에 따라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미디어산업은 '빅뱅'이라고 부를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낡은 옷을 수선해서 입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업자뿐만 아니라 정책이나 입법기관 모두 새 시대에 맞는 옷을 새로 입어야만 한다. 언제까지 누더기로 기운 옷을 입을 것인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