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 번 더 '롯데맨'…'辛의 한 수'일까?

박준호 벤처유통부 기자
박준호 벤처유통부 기자

지난 10월 신세계 인사에서 최우정 SSG닷컴 대표가 퇴임하자 경쟁사인 롯데 e커머스 직원들 사이에선 '최우정이 온다더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파격적 영입설은 뜬소문으로 끝났지만 내부에서 느끼는 변화의 필요성은 유효했다. 인물이 됐건 조직이 됐건 온라인 부문에 뒤처진 '유통 명가' 롯데의 반전을 위해서는 그만큼 쇄신이 절실했다.

막상 인사 뚜껑을 열자 독한 맛은 없었다. 전체적으로는 과감한 쇄신을 택했지만 정작 실적이 부진한 롯데 유통부문은 칼날에서 벗어났다. 2년을 채운 마트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다. 롯데온 사령탑인 조영제 e커머스 대표도 마찬가지다. 올해만 놓고 보면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신상필벌' 인사라 말하기엔 다소 어색하다.

업계에선 신동빈 회장이 유통 사업에서는 최소한의 '핀셋 인사'로 변화 속 안정을 택했다고 봤다. 사업을 총괄하는 강희태 부회장에게 힘을 싣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격변의 전쟁터다.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경쟁은 업종과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롯데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 롯데온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을 벌었다.

다만 현재로선 믿음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롯데온은 출범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미약하다. 모바일인덱스 집계를 보면 롯데온 월사용자수(MAU)는 쿠팡과 이베이의 10%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도 덩치를 키우고 있고, 미국 아마존까지 가세했다. 이들 사이를 비집고 점유율을 가져와야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최근 만난 e커머스 관계자는 “롯데에는 판세를 바꿀 만한 전문가가 없다”고 꼬집었다. 강 부회장과 조 대표도 유통업에 잔뼈가 굵다지만 결국엔 백화점 출신이다. 외부 수혈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으로 넘어간 e커머스의 흐름을 읽을 새로운 사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롯데맨'을 믿기로 했다. 시장 변화 속도를 보면 선택에 대한 성적표가 나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듯하다. 온라인 전환에 무게를 둔 롯데가 내년에는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강 부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