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범정 교수 “불가능했던 고체 양자거리 측정법 개발…다양한 연구 활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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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소속 양범정 교수(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소속 양범정 교수(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소속 양범정 교수(서울대)는 양자컴퓨터, 양자 통신 구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 8월 그동안 측정할 수 없었던 고체의 양자거리 측정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양자거리란 우리가 생각하는 거리와 다르다. 두 개 양자 상태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두 양자 상태가 같으면 0, 다르면 1이다.

양 교수는 “그동안은 고체에서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물성으로도 잘 나타나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1980년대에 양자거리 개념이 나왔지만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같은 연구단의 임준원 책임연구원, 김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함께 '평평한 에너지띠의 란다우 준위'에 주목했다. 란다우 준위는 자기장이 걸린 상태에서의 전자 에너지 준위를 뜻한다.

연구팀은 고체 속 전자 에너지가 일정한 상태, 즉 '평평한 에너지띠'를 가지는 고체물질에 자기장을 걸었을 때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임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평평한 에너지띠의 경우 자기장을 걸어도 에너지 변화가 없다. 반면에 평평한 에너지띠가 포물선 에너지띠랑 교차하는 물질에서는 자기장 하에서 평평한 에너지띠의 에너지가 위아래로 퍼지게 된다. 이런 퍼진 정도가 바로 양자거리를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 양 교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양자거리가 멀수록 퍼짐 정도도 커진다”며 “양자거리가 고체 물성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하고 난해한 내용이지만 양 교수는 이런 연구에 평생을 매달리며 재미를 느껴왔다.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하며 분자와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며 학문을 심화시켰다.

그는 “고체의 근본 물성을 물리학적으로 규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향후 물리학 발전과 신물질 개발로 이어지는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히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양자거리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양자컴퓨팅, 양자 통신의 '신뢰도' 보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보 손실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이런 발견이 고체물질의 양자 기하학적 물성이나 위상물질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상물질은 그 물성을 위상 수학적 개념으로 기술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하는데 최근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위상물질을 구현하는 핵심 개념은 전자파동의 '곡률'이다. 곡률은 양자거리와 함께 양자 기하학적 물성을 기술하는 근본 개념인데, 곡률에 비해 양자거리는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이번 연구 성과로 양자거리를 활용할 근간이 마련됐다.

양 교수는 “양자거리와 함께 나온 개념인 곡률의 경우 이미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양자 거리에 의한 물성이 측정 가능함을 보인 만큼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