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50주년 기획]<下>KAIST, '비전 2031'로 또다른 50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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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설립 근간이 된 터먼 보고서는 마지막 장 '미래의 꿈(The Dream of the Future)'에서 'KAIST가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0여년 전 부푼 꿈을 담은 예견이었다.

이 예견은 현재 현실로 나타났다. KAIST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기술 요람, 과학영재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리더급 인력 20% 이상이 KAIST 졸업생이다. 2016년과 2017년 톰슨 로이터 선정 '세계 혁신 대학 평가'에서 연속 6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꿈을 꿔야 할 때다. KAIST는 어느새 좁게 느껴지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World-Leading University)' 구현이라는 두 번째 꿈 실현에 나서고자 한다.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 선도대학' 비전 아래 교육과 연구, 기술사업화, 국제화, 미래전략 등 각 영역의 혁신을 주도하고자 한다.

KAIST는 지난 2018년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의 계획을 '비전 2031'로 구체화했다.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으로서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중장기 혁신 전략을 마련코자 했다. 개교 50주년이 되는 2021년으로부터 10년 동안 또 다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세운 계획이다.

KAIST 비전 2031 발전 계획과 추진전략
<KAIST 비전 2031 발전 계획과 추진전략>

2017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년 동안 KAIST 구성원과 각계 전문가가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혁신 전략들을 수립했다. 교내외 공청회를 거쳐 안을 가다듬는 숙의 과정도 거쳤다.

KAIST는 도전(Challenge), 창의(Creativity), 배려(Caring)의 'KAIST C³ 인재상(Spirits)'을 기반으로 교육·연구·기술사업화·국제화 혁신을 이루고, '인류 행복과 번영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대학'을 이루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교육 혁신으로 '창의리더' 양성…WHAT 연구하는 연구혁신도

KAIST는 학교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분야 혁신을 준비에 앞서 자기반성을 했다. 정해진 틀 속에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을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었다. 그러면서 '창의리더'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창의리더는 무엇을 연구할지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면서, 다양한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존재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는 '창의적 잠재력을 갖춘 인재 선발'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및 체제 혁신' '창의적 융합인재역량 배양을 위한 교육방식 혁신'을 들었다. 보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선발하고 갖가지 교육과정에 유연성과 창의성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스마트 학습 인프라와 무크(MOOC) 등을 이용한 '에듀케이션 4.0' 수업이나 이중 언어 환경, 강의 모듈화 맞춤형 교육 도입 등도 추진하는 중이다. 4년 내내 학과에 소속되지 않는 융합기초학부 도입도 대표적인 교육 혁신 정책이다.

KAIST 비전 2031 분야별 혁신 전략
<KAIST 비전 2031 분야별 혁신 전략>

연구혁신을 위해서는 선도형 연구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인식했다. 단순히 편수를 늘리는 논문 쓰기를 벗어나, 연구에서 빛나는 글로벌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절감했다. 어떻게(HOW)가 아닌 무엇(WHAT)을 연구할 것인가로 주안점을 옮겨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연구제도 혁신' '창의·도전적 연구지원 혁신' '글로벌 선도 융합, 협업 연구그룹 육성'이 필요하다고 발전 방향을 세웠다. KAIST는 다양한 세부 과제들을 세우고 제도를 혁신하는 중이다. 특히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10개 전략연구분야를 도출해 지원하는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양자기술, 고차원 하이퍼 커넥션 포토닉스, 미래 초지능, 초소형 발사체와 큐브위성 클라우드, 기능성 감각 뇌신경망 발달 및 조절 연구 등을 꼽았다.

◇KAIST, 기업가형 대학 추구…글로벌 혁신으로 세계 성장동력 창출도 노려

기술사업화 혁신도 KAIST가 중요하게 여기는 영역이다. KAIST는 이미 '기업가형 대학' 추구를 천명한 곳이다. 연구 활동에 기반을 둔 기술사업화 활동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 학교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관련 전략은 '기업가정신 교육 설계 및 확산' '창업지원 기반 조성' '지식재산(IP) 창출 및 관리 프로세스 전문화' '기술출자기업 육성 및 산학협력 클러스터 구축'을 내세웠다.

KAIST 출신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 창업 교육을 도출하고 다양한 창업 인프라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KAIST 홀로 부담을 지기보다, 외부와의 협력으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산학연 협력과 융합연구를 촉진시켜 특허가치를 높이고 캠퍼스 내 기업연구소 유치, 기술사업화연구센터 설립 등에도 힘쓰고 있다.

신성철 KAIST 총장이 비전 2031을 선포하는 모습
<신성철 KAIST 총장이 비전 2031을 선포하는 모습>

국제화 혁신은 KAIST가 당면한 과제 중 특히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KAIST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교육 및 연구 글로벌화를 이루는데 핵심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계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가교 역할도 한다. KAIST는 이를 통해 세계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혁신 실현 전략은 '글로벌 캠퍼스'와 '해외 국제 캠퍼스' 구축, 'KAIST 주도 국제 연구' 'KAIST 모델 제3세계 확산' 등이다. 학생과 연구인력, 행정시스템 등 내적 요소들을 글로벌화 하고, 해외에 연구센터와 캠퍼스를 설립 운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국제공동연구 확대, 글로벌 기술사업화도 중점 영역이다.

'KAIST 비전 2031 위원회'는 비전 2031을 완성하면서 이것이 '제2의 터먼 보고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31년까지 KAIST는 교육, 연구, 기술사업화, 국제화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이며 한국을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50년 전 미국 지원 다시 세계로…케냐에 '한국판 KAIST' 만든다

비전 2031과 함께 KAIST의 미래를 보여주는 또 다른 과제가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이다. 이름 그대로 케냐에 KAIST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다.

케냐 KAIST 캠퍼스 조감도
<케냐 KAIST 캠퍼스 조감도>

케냐 정부는 콘자(Konza) 기술혁신 도시 내 핵심 기관으로 이공계 고급 인력을 배출할 대학원 중심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기반 현대화 방안으로 가장 성공적인 KAIST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KAIST는 케냐 KAIST의 기계 및 원자력공학, 전기전자공학, ICT공학, 토목공학, 화학공학, 농생명공학 등 초기 6개 학과 교과과정 설계를 도맡는다. 각종 학사정책 수립과 같은 교육설계, 대학운영 설계, 산학협력 계획, 초기 교수진 훈련 등에도 도움을 준다.

지난해 2월 케냐 현지에서 진행한 케냐 KAIST 건립 컨설팅사업 킥오프 미팅 모습. 신성철 KAIST 총장이 콜레트 A. 수다 케냐 교육부 수석차관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케냐 현지에서 진행한 케냐 KAIST 건립 컨설팅사업 킥오프 미팅 모습. 신성철 KAIST 총장이 콜레트 A. 수다 케냐 교육부 수석차관과 악수하고 있다.>

해외 KAIST 건립은 케냐에 그치지 않는다. KAIST는 이 밖에 이집트에서도 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 사업들은 50년 전 미국 차관으로 설립된 KAIST 모델의 성공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것이다. 교육과 연구 모델을 통째로 수출, 우리나라 공정개발원조(ODA)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사례도 될 수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