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탄소중립과 탈원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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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는데 실제 산업과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입니다. 정부가 확대할 예정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만 하더라도 탄소가 배출됩니다. 일본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우리도 급하게 선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정부가 '에너지전환 3020'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율을 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빠른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환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줄일 계획이었다. 이보다 늦은 2050년이라는 탄소 중립 실현은 사회·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관망경] 탄소중립과 탈원전

에너지업계에서는 탄소 중립이 정책 용어라기보다 정치성 선언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이 측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과 닮아 있다. 실제 정부에서는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탈원전은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대명사처럼 얘기된다. 당장 원전 산업 전체를 중단할 것 같은 용어의 과격성이 정책 이미지를 좌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원전이 여전히 기저발전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보더라도 단어 선택이 과격했다.

탄소 중립은 탈원전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정치 선언 이미지가 에너지 정책을 덮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용어의 과격성을 순화할 정책 용어와 정교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탄소중립 정책을 구체화할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필요하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