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CTO, 반도체 공정·설비 혁신 열쇠 쥔다

11년 만에 최고기술책임자 체제 부활
반도체 연구 총괄에 사장급 인사 발탁
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 추격 위기감
공정 개선과 소부장 기술력 제고 의지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전자신문DB>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전자신문DB>

최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임명된 정은승 사장 역할에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DS부문은 조만간 반도체연구소와 생산기술연구원 조직개편을 통해 연구개발(R&D) 프로세스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반도체 공정 기술과 양산라인 설비 시스템 최적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은승 사장이 DS부문 CTO로 임명된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 그의 집무실이 꾸려졌다. 이는 정 사장이 CTO로서 실질적인 반도체연구소장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부사장급 인사가 이 조직을 관리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2009년 이후 처음 CTO 체제가 부활한 것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엿보인다. 정 사장은 삼성 반도체 부문의 또 다른 연구 조직인 생산기술연구소 역량을 극대화하는 임무도 함께 수행할 전망이다.

생산기술연구소는 반도체 양산 라인에 들어가는 설비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가 이뤄진다. 반도체연구소가 반도체 공정 전반 연구와 소자 설계가 핵심 업무라면, 생산기술연구소는 개별 설비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즉 생산라인에 필요한 하드웨어 개선에 더 집중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은 최근 양산 라인에 직접 들어가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임무도 수행했다. 생산기술연구소 인력을 중심으로 '낸드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 128단 6세대 V낸드 양산 설비 수율 개선 작업을 진행한 것이 그 예다.

삼성전자는 정 사장을 중심으로 두 조직을 아예 하나로 합치거나 생산기술연구소 인력 일부를 반도체연구소로 옮기는 연구조직 변화를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초미세 디바이스 생산성 향상을 모색하려면 공정뿐 아니라 각종 소부장에 큰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전략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세계 최초 176단 낸드 출시, SK하이닉스의 활발한 극자외선(EUV) D램 연구로 삼성과 경쟁사 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상황”이라며 “삼성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연구조직 개편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 사장은 CTO로서 앞으로 개편될 조직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키맨' 역할을 해내야 한다. 정 사장은 2010년대 초반 반도체연구소장을 지내면서 사내 R&D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한 예로 'TRM(기술리뷰미팅)'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삼성 직원들을 외국 메이저 장비사로 보내 각종 설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또 파운드리사업부장 시절에도 기술력이 좋은 소부장 업체를 발굴, 투자를 주도하는 등 첨단 반도체 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은승 사장의 CTO 선임으로 삼성전자 주변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변화가 더욱 가파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차기 반도체연구소장을 누가 맡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조직 개편은 오는 9일로 예상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