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학협력의 꽃을 피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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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국내 1호 대학 기술지주회사 설립 이래 12년 만에 기술지주회사는 누적 75개, 자회사는 1000개가 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기존 대학 기술사업화의 단점을 보완하고 등록금 동결 이후 어려워진 대학 재정을 다양화할 수 있는 물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양적 성장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지만 산·학 협력의 꽃이 활짝 피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학이란 공간에서 기술지주회사는 이질적 사업 주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산학협력단에 의해 설립됐지만 독립적으로 기업 투자와 인큐베이팅 활동을 하는 곳이다. 투자와 경영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요구한다. 그러나 산학협력단장이 기술지주회사 대표를 겸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학협력단장 임기는 대학 내 인사 시기와 맞물리면서 2년마다 바뀐다. 산학협력단 업무만 제대로 익히는 데도 1년이 걸린다.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대표로 영입해 와도 기업과 다른 대학만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제 사업을 펼치지도 못하고 떠나기 일쑤다.

당장 산학협력단조차 독립적 운영에선 자유롭지 않다. 기자와 만난 산학협력단장조차 기술 사업화나 마케팅 등 경영에 꼭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려 할 때마다 대학 본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 인력을 정직원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도 대학 내 다른 교직원 채용과 형평성을 고려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니 기술지주회사는 이른바 '잘나가는' 대학만 계속하는 형편이다. 나머지 대학은 설립 이후 유명무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설립 주체인 대학에 있다. 등록금 동결 이후 대학의 산학협력단이나 기술지주회사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됐지만 대부분 정부 사업에 매몰된 형편이다. 장기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투자에는 인색하다.

우선 대학이 변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 촉진할 수 있는 것은 정부다. 그동안 대학에 기술지주회사 설립 인가를 내주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이제 꽃봉오리만 맺었다. 잡초를 뽑고 꽃봉오리를 솎아내 열매를 맺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