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AI시대의 리터러시

[데스크라인]AI시대의 리터러시

'리터러시'만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단어는 많지 않다.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인공지능(AI) 리터러시 등등. 붙이고 보면 무언가 그럴듯한 무게감을 더해 주는 느낌이 있다.

사전에서는 '문해력'이라고 풀이한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해석을 통해 리터러시 개념의 출생지를 추측해 볼 수 있다. 과거 인쇄된 신문과 책자는 지식인의 정보 점유물이었다.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국가 차원에서 대중이 두루 읽고 독해할 수 있도록 문맹률을 낮추려는 노력이 나타났다. 곧바로 대중의 문맹을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을 통칭하는 단어로 리터러시가 쓰였다. 리터러시 높이가 한 사회의 정보처리 능력을 보여 주는 셈이다.

오늘날 사용되는 리터러시 개념의 폭은 넓어졌다. 첨단기술 시대에 적합한 인간형 양성이라는 뉘앙스가 더해졌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의 양과 질은 급증했다. 어제의 낡은 지식은 새로운 지식으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분초를 다투듯 혁신 기술이 등장한다. 스마트영상, 빅데이터, 초고속통신, 플랫폼, 사물인터넷(IoT)을 매개로 하는 전자 소통의 급증은 우리에게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끝없는 신기술 출시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익숙하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부지런히 활용하고 있다. 반면에 더 많은 기술과 제품을 활용하면 할수록 기술의 이해도는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기술 통제력이 퇴화하는 느낌이다. 기술을 이해하거나 이를 고쳐 쓰는 대신 기능과 효율에만 집착한 때문이다. 기술을 다루는 데는 능숙하지만 그 원리를 파악하는 데는 문맹 수준이다. 스마트폰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지만 그 설계를 이해하거나 바꿀 수 있는 능력은 대부분 없는 게 현실이다.

바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21세기형 지식이 필요한 대목이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AI다. 몇 년 사이 AI는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미래 핵심 기술로 자리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이미 약한 수준의 AI는 사회 곳곳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서는 상황이지만 AI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머지않아 모든 영역에서 AI가 주인 행세를 할 것 같은 예감도 든다.

놓쳐선 안 될 부분이 있다. AI 시대라고 해서 AI가 인간을 대신해 모든 작업을 스스로 설계하고 수행할 수는 없다. 인간과 동등하지 않다는 의미다. AI는 결코 인간과 같은 수준의 판단력과 창의력을 지닐 수 없다. 결국 AI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그보다 앞서 인간이 적절한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일을 맡겨 줘야만 한다.

대용량 데이터가 있을 때 그 데이터를 AI로 처리해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른바 AI 리터러시다. 소프트웨어(SW) 코딩과는 다른 차원의 컴퓨터 이해력이다. 특정 개발자나 엔지니어에 국한해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다.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식이다.

AI 리터러시를 갖추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우리는 일상에서 지나치는 작은 현상에도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무심코 처리하는 정보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판단하면 된다. AI가 우리 대신 그 일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 주면 된다.

과거에는 글자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이 문제였다. 이미 우리는 전통적 의미의 문맹으로부터 탈출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새로운 리터러시를 갖추라는 요구와 맞닥뜨렸다. 우리가 하는 일을 AI와 결합하지 못한다면 다시금 디지털 문맹인이 된다.

윤대원 ICT융합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