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10억분의 1초보다 짧은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생성하는 촉매 기술이 개발됐다. 탄소양이온을 활용, 다양한 의약품 원료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팀이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생성하고 원하는 구조 유기화합물로 변환하는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탄소양이온은 중요한 유기화학 반응 중간체다. 탄소에 붙은 수소 이온을 제거해 탄소-탄소 이중 결합을 형성한다. 그러나 매우 수명이 매우 짧고 불안정해 합성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새로운 촉매를 개발, 난제를 해결했다. 기존 연구로 개발한 이리듐 촉매를 탄소양이온 형성과 변환 등 모든 반응 단계에 관여하는 다측면성 촉매로 개선했다. '나이트렌'이라는 강한 친전자체를 탄소-탄소 이중결합에 삽입,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만들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친전자체는 친전자성을 띠는데, 이는 시약이 유기전자 전자밀도가 큰 부분을 공격해 반응하는 성질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석유, 천연가스 등 탄화수소화합물로부터 더 다양한 의약품 원료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촉매는 4각형 고리 구조인 베타-락탐 합성이 가능하다. 베타-락탐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 계열 약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물질이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이 기술로 '거울상 이성질성(카이랄성)' 약물 형성을 막는 것에도 성공했다. 카이랄성은 원자 연결 관계는 같지만,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좌우가 뒤집힌 분자구조가 만들어지는 성질이다.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원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거울상 이성질체 가운데 한쪽 분자만 95% 이상 정확도로 골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장석복 단장은 “유기화학 반응 핵심 중간체인 탄소양이온을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반응경로를 조절했다는 학문적 진보와 함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산업적 의의가 있다”며 “베타-락탐은 물론 카이랄 화합물까지 합성 가능한 '만능 촉매'를 이용하면 자연에 풍부한 물질로부터 다양한 구조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