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론과 현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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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론과 현실 사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투자자의 힘이 주식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폭락한 증시에 개인투자자 참여가 폭증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쥐고 있던 증시 흐름이 개인으로 바뀌었다.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투자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보여 줬다.

개인투자자의 목소리는 금융정책에 변화도 일으켰다. 애초 올해 말 주식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되는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오는 2023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가 신설되면서 논란 끝에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요인이라는 오랜 지적도 다시 불거지면서 금융 당국은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였다. 개인이 사실상 참여하기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오랜 비판에 대해 시장 조성자에게 제공해 온 특혜를 줄이는 등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처럼 지난 수년간 개인투자자가 지적해 온 여러 문제에 대해 법안을 정비하며 금융 당국이 화답한 변화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닌가 싶은 당국의 정책 결정도 다수 있었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기관 물량을 줄이고 개인의 공모주 참여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금융 당국은 개인 물량을 현재 20%에서 25~30%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시장이 과열됐고 개인 물량 확대가 오히려 IPO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은 개인투자자에게만 환영받았다. 공매도가 적정 주가를 형성하고 상승장뿐만 아니라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투자라는 긍정적 요소는 거의 조명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매도에 대한 오래된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개인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시도하기보다 당장의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개인을 중요한 투자 주체로 인식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나치게 여론에 편승한 정책은 추후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모처럼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고 의미있는 금융정책의 변화도 많은 한 해였다. 균형 있는 정책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