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금융]마이데이터와 금융권의 갈 길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른 소비자 기대 효과(자료-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른 소비자 기대 효과(자료-금융위원회)

미래 산업 혈관으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새해 금융혁신 전장으로 부상했다.

데이터 3법 개정안, 특히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전 산업계에 마이데이터 시장 진입이 이뤄졌다. 정부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제를 도입·운영하며 통신과 금융, 유통 등 주요 산업 영역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융합·가공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제한 없이 접근이 가능해진다.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융합해 특화된 정보관리나 자산관리, 신용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카드 거래내역이나 투자정보 등을 분석해 파격적 금융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 환경을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산업에 관계하는 결제, 금융업에 있어 데이터가 주는 가치와 영향력은 막강하다. 금융마이데이터와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중금리대출, 소액신용대출, 소상공인 컨설팅 등 파격적인 금융서비스가 대거 상용화될 예정이다. 또 유통·제조·바이오 등 후방산업 실핏줄이 연결되고 데이터 혈류를 자양분으로 하는 각종 혁신 융합서비스가 촉발된다.

이는 금융산업 뿐 아니라 전 산업영역의 혁신적 파괴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이 모든 미래산업을 연결하는 촉매가 바로 데이터다.

AI와 IoT로 시동이 걸린 '新 비즈니스'를 데이터라는 강력한 실핏줄이 촉발한다.

이 세 가지 산업을 면밀히 살펴보면 데이터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IoT는 쉽게 말해 물건을 인터넷으로 제어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센서 기기에 의해 물건 위치나 움직임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

IT전문컨설팅 기업인 IDC에 따르면 세계에 유통되는 데이터 양은 올해 40ZB(1ZB=1.1조 GB)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수집과 축적을 통해 IoT와 AI 성능을 높이고 학습 소재로 활용한다. 자동차와 로보틱스가 대표 산업군이다.

네트워크화 되는 대상이 세상의 모든 물건으로 확대된다는 의미에서 'IoE(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한국도 데이터 3법 통과로 올해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시장이 개화된다. 준비할 것이 많다.

해외 국가의 마이데이터 제도와 추진 방향도 한번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미국은 비식별 정보에 대해 민간 자율규제 체제로 전환한 지 오래다.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장터가 대중화돼 있다. 개인정보보호 원칙을 규정하는 일반법을 두지 않고, 개별 법률에서 개인정보보호와 함께 활용방안을 규정했다.

일본은 2003년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2015년 9월 개정했다.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는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도 제3자에게 익명가공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 개정안 핵심이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시행하며, EU시민의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고 개인정보를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로 분리한 지 오래됐다.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에 가명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장벽을 낮춰 사후 규제 체제로 전환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기반은 곧바로 기업 비즈니스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중국 알리바바 계열사인 마이뱅크와 텐센트 계열사인 위뱅크는 이 같은 데이터를 서비스에 입혀 파격적 중금리 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통신과 온라인쇼핑 정보 등을 활용해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청년, 주부 대상으로 별도 금융 대출 상품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는 자동차 운행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 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급제동 빈도나 운전시간 데이터 등을 활용해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역시 최대 인터넷 보험사로 등극했다. 미국 비자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소비정보와 SNS데이터, 위치정보를 결합해 맞춤형 프로모션 툴로 활용하고 있다.

산업적 영향력을 녹인 마이데이터 제도화를 정부가 적극 수립하고, 각 산업 영역군에 박혀 있는 풀뿌리 규제도 하나 하나 걷어내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