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소재·부품·장비> 코로나19 위기 뚫고 저력 발휘

메모리 반도체, 비대면 수요로 실적 급등
디스플레이, OLED 전환 속 LCD 약진 두각
배터리3사, 5.5조원 수출…세계시장 호령

#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국내 주요 전자부품 산업은 전례 없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저력을 보였다. 주요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불안이 커졌지만 온라인 교육과 쇼핑, 여가 등 비대면 경제 활성화에 따라 늘어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은 침체됐지만 배터리는 전기차를 집중 공략하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성장세 보인 반도체

올해 반도체 시장 키워드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요약된다.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불경기를 겪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데이터센터, 노트북PC 등에 쓰이는 칩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모리 업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41.5%, 63.4% 증가한 15조원과 4조원을 기록했다.

시스템 반도체도 활기를 띄었다. 특히 삼성전자, 대만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 업체들은 12인치 웨이퍼는 물론 8인치 웨이퍼까지 공급 부족(쇼티지) 현상을 겪으며 넘쳐나는 수요에 대응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10대 파운드리 업체의 올 4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21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실리콘웍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런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뚝심을 발휘하면서 기회를 잡았지만, 미·중간 무역 갈등은 국내외 반도체 업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자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이 사건 이후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화웨이와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제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이달에는 중국 파운드리 1위 회사 SMIC를 블랙 리스트에 올려 거래를 막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에 따라 관련 기업의 이해득실은 엇갈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코로나가 살린 LCD…OLED 전환도 가속

디스플레이 산업은 말 그대로 급변의 한해였다.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른 TV·PC용 패널 수요가 급증하면서 퇴출이 예정됐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은 생명을 연장했다. 당초 연내 LCD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일정을 새해 3월로 연장했다.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을 정리할 계획이었던 LG디스플레이도 “시장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생산을 연장했다. '레드오션'이던 LCD 시장은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OLED 전환을 지속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대형 OLED 팹을 정상 가동하는데 성공했고, LCD 특수까지 더해지면서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애플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하며 중소형 OELD 패널 최강자 자리를 다시 한 번 굳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나란히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았다. 기존 LCD에서 각각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핵심 사업모델을 전환한다.

LG 롤러블 TV<사진=전자신문DB>
LG 롤러블 TV<사진=전자신문DB>

◇'K-배터리'의 힘...전기차 주도

국내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약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테슬라·폭스바겐·르노·현대차·BMW 등 상위 완성차 5곳의 신차에 적용됐다. 이를 통해 배터리 3사는 올해 50달러(약 5조5000억원)를 육박한 사상 최대 수출 실적 달성을 예약했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메인 공급사 자리를 꿰차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선두로 나서는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배터리 소재 업계의 성장도 괄목할 만하다. 엘앤에프는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 90%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개발, 테슬라에 공급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 간 협력을 통해 일본 스미토모 메탈 마이닝과 니치아가 주도하던 소재 시장을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코스모신소재 제품들이 대체해 나가고 있다.

IT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한국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로 새로운 기회를 맞았지만, 국내 업체간 소송전으로 인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 4월 인력 이동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로 시작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은 다시 해를 넘기고 있다. 중국 배터리 추격과 유럽 내 배터리 독립 움직임, 나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소송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미래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고,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생태계로 부정적 여파를 미칠 것이란 우려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소재·부품·장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