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사법 리스크 해소될까…재계 "삼성 경쟁력 약화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는 재판 개시 4년여 만인 새해 초 결론이 날 전망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삼성 경영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4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를 겪었다. 검찰에 무려 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3번이나 받았고 구속도 됐다. 재판 출석도 80여회에 이른다.

4년 동안 삼성 경영에도 부침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에 반도체 호황으로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올해 코로나19 특수로 반도체 실적이 살아났지만, 미중 무역갈등 지속과 코로나19 불확실성 등이 경영에 악재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사법 리스크까지 지속되면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재판이 끝나도 새해부터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시작된다.

재계는 삼성을 둘러싼 장기간의 사법 리스크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기술과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준비를 위해 과감한 투자나 인수합병(M&A)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나 M&A에는 오너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들의 행보와도 대비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최근 미국 로봇공학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하는 '빅딜'을 추진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LG전자의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최근 4년 반 동안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했다”면서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면 오너 경영자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대형 사업 구상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 SK, LG 등 재계 총수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를 적극 준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삼성은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로 부를 만한 거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