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광고 규제에 '스타트업 펀딩' 막혔다

와디즈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 '0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 통과 요구 탓
제품 개발 단계서 투자유치 '불법' 취급
"은행 대출 의존 다수…규제 완화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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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광고 규제가 중소 벤처기업의 투자 자금 유치와 사업 진출을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를 유치하려면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사전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정작 자금이 필요한 제품 개발 단계에서 이를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데이터 기반 스마트 제조를 돕는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의료기기 관련 스타트업은 소외돼 있다. 이달 기준 와디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약 1000개의 리워드형 펀딩 가운데 의료기기 분야의 프로젝트는 0건이다.

비염 치료 의료기기 '코라이나' 등 지난해 3월 의료기기 펀딩을 한 프로젝트가 일부 존재했다. 그러나 이미 펀딩 시작 4개월 전에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품이다. 개발을 끝내고 양산 단계까지 들어간 제품이 아니라면 펀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와디즈 측은 “완성되지 않은 의료기기도 펀딩을 받을 수 있지만 완성에 가까운 제품이어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필수 서류 가운데 의료기기제조품목허가 신고증이 있는데 이는 양산품에 가까운 제품만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개발하고 있는 의료기기의 '펀딩 스토리'(투자소개서)는 현행법상 의료기기 광고와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사전 심의 대상이다.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기 광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품 성능이나 효과를 인증한 경우로 제한한다. 초기 기업이 투자계획을 알리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한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디지털 체온계 제품을 개발하다 펀딩에 실패, 최근 사업을 접었다. 다른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경우 국내가 아닌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택했다.

이 스타트업 대표는 “광고 심의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투자자에게 개발하고 있는 제품의 특성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은 펀딩보다 은행대출에 의존하는 사례가 다수”라고 전했다.

시장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진행하는 크라우드펀딩을 완성품을 홍보하는 광고와 같은 규제 선상에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의료기기 광고 사전 심의는 기업의 홍보가 제품 성능과 일치하는 지를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분명히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의료 스타트업이 사업계획과 제품 성능을 알려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까지 제한한다면 새로운 시도를 막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의료기기 제품 역시 개발에 성공하면 필요한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데 미리 펀딩 단계부터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의료 분야의 혁신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해 성장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