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래차, 디자인·서비스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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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래차, 디자인·서비스가 중요

1980~1990년대 유행한 장난감 가운데 '미니카'가 있다. 문방구 앞에 설치된 미니카 트랙은 아이들의 성지였다. 미니카 모터 성능에 따라 우열이 가려졌다. 1~3단 회전을 돌 수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미니카는 배터리가 모터를 구동한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비슷하다. 건전지가 전기차 배터리처럼 하부에 위치해 있어 외형을 손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유사했다.

타미야 슈퍼2 샤시
<타미야 슈퍼2 샤시>

미니카를 가지고 놀던 아이가 30~40년 뒤 어른이 돼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점이 재밌다.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성장이 더뎠지만 올해부터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출시될 신차 60여종에서 12종 이상이 전기차다. 5대 가운데 1대다. 신차 80여종 가운데 4종이던 지난해와 대비된다. 전기차 보급에 발목을 잡은 선택지 부족이라는 문제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제조의 중요성은 줄었다. 부품 모듈화로 설계 복잡도가 낮아짐에 따라 생산효율이 높아졌다. 신생 기업이 이전보다는 쉽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퀴에 구동모터를 통합 장착하는 '인휠 모터'까지 적용하면 다양한 디자인을 더 쉽게 채택할 수 있다.

생산이 쉬워지는 만큼 이제 경쟁의 관건은 디자인과 서비스로 이동한다. 공간 효율성이 높으면서도 소비를 자극할 디자인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운전대가 사라지는 완전 자율주행차에선 인테리어가 거의 모두를 좌우할 수도 있다. 가전사와 협력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시장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서비스 확대도 필요하다. 자동차가 전장화되면서 스마트폰처럼 출고 때 없던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완성차는 이동통신망으로 수집한 빅데이터 활용 신규 서비스를 지속 출시해야 한다. 서비스 다양화를 위해 오픈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독보적 제품 경쟁력과 콘텐츠가 없다면 폐쇄적 생태계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시장은 아직 초기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신생 전기차 업체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더 큰 혁신이 가능하다. 기존 완성차 업체가 이들과 경쟁하려면 무게의 축을 제조에서 디자인, 서비스로 옮겨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늦어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