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화가 아닌 사람 영화, '아이 엠 우먼'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 예정에 있었던 영화 '아이 엠 우먼'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그 일정이 미루어져 오늘 비로소 개봉을 했다.

세계 여성 3대 가수로 꼽히는 Helen Reddy(헬렌 레디), Olivia Newton-John(올리비아 뉴튼 존), Anne Murray(앤 머레이) 중 한 명인 헬렌 레디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 국적의 여성 감독인 문은주의 첫 장편 영화로도 유명하다.

또한 문은주 감독의 남편이자 영화 '게이샤의 추억' 촬영감독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디온 비브가 촬영 감독을 맡아 업계에서는 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주 멜버른 출신의 헬렌 레디가 1966년 어린 딸과 뉴욕으로 건너와 가수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인물들 간의 관계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살리고 있다.

주인공 헬렌 레디를 맡아 연기한 틸다 코브햄 허비뿐만 아니라 헬렌 레디의 절친이자 유명 록 저널리스트였던 릴리언을 연기한 다니엘 맥도널드, 헬렌 레디의 남편이자 유명 아티스트들의 매니저였던 제프 역에 에반 피터스가 실제 인물들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와 '스킨'을 통해 우리나라 영화 팬들에게도 낯익은 다니엘 맥도널드가 당시의 저널리스트로 분해 한껏 매력을 뽐내 주었고 액스맨 시리즈의 퀵 실버로 유명한 에반 피터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칫 여성 영화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지만 영화 '아이 엠 우먼'은 '사람'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싱글 맘이었던 그녀가 큰 꿈을 가지고 미국행을 택했고 1970년대라는 격동의 시대에 불가능해 보였던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영화와도 같은 삶이었다.

당대에 가장 큰 성공을 이루었던 가수이자 여성 해방 운동의 시기에 선구자로 목소리를 높였으며 차별받는 모든 이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던 상징적인 인물이 아니었나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분야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사실 다 같은 사람인데 남자라서 여자라서 어떠어떠하다는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영화 '아이 엠 우먼'은 그저 시대를 앞서갔던 한 인물의 영향력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헬렌 레디는 영화 '아이 엠 우먼'이 완성되자마자 별세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굴곡 지지만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삶을 스크린을 통해 보면서 각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