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원자 26개로 된 반도체로 이산화탄소 유용원료화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이 원자 26개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도체를 개발, 이를 촉매로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유용 유기물질로 전환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는 물론 환경오염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물질로 폭넓은 활용을 기대한다.

반도체 클러스터로 거대구조를 형성하는 과정
반도체 클러스터로 거대구조를 형성하는 과정

최근 나노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물리·화학적 성질을 가진 수십 개의 원자로 클러스터를 제작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클러스터는 기존 나노입자보다 작지만 원하는 물성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여러 원자가 뭉쳐 하나의 원자와 유사한 성질을 보이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는 상온 공기 중에서 불안정해 응용 사례가 전무했다.

연구진은 안정성 개선을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 싼 리간드(중심 금속 원자에 결합해 화합물을 형성하는 이온이나 분자)에 주목했다.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의 단일 자리 리간드(중심 금속 원자 하나와 결합할 수 있는 리간드)를 원자 두 개와 결합하는 이중 자리 리간드로 대체했다. 두 손을 마주잡는 것이 한 손으로 잡는 것보다 더 견고한 원리다. 이후 온도를 서서히 올리며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승온법을 활용, 망간이온(Mn2+)이 치환된 13개 카드뮴셀레나이드 클러스터 '(CdSe)13', 13개 아연셀레나이드 클러스터 '(ZnSe)13'를 합성했다. 이렇게 합성한 클러스터 수십 억 개를 규칙성 있게 배열해 거대구조를 만들었다.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기 중에서 30분 후 구조에 변형이 일어났지만, 새로운 거대구조는 1년 이상 안정성을 유지했다. 발광 효율도 기존 대비 72배 향상됐다.

현택환 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서울대 석좌교수)
현택환 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서울대 석좌교수)

연구진은 같은 방식으로 원자 단위에서 카드뮴과 아연을 섞어 26개 원자로 이뤄진 카드뮴-아연 합금 셀레나이드 클러스터를 합성하고, 거대구조를 구현했다. 이를 촉매로 활용하면 통상 반응 조건보다 저온·저압 환경에서도 이산화탄소를 화장품과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프로필렌 카보네이트'로 변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제1저자인 백운혁 연구원은 “1시간에 1개 클러스터가 3000개 이산화탄소 분자를 프로필렌 카보네이트로 변환하는 높은 전환율을 보였다”며 “카드뮴과 아연이 원자 단위에서 반씩 섞인 클러스터 거대구조에서 두 금속 간의 시너지 효과가 유발돼 촉매 활성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현택환 단장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상온, 공기 중에서도 안정적인 거대구조로 구현하고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변환하는 촉매로도 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미래 반도체 소재를 발굴하는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