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인엽 사장의 '절치부심'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엑시노스210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엑시노스210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엑시노스가 돌아왔습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지난주 '엑시노스2100' 발표 행사에서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이다.

엑시노스2100은 삼성전자가 약 1년 2개월 만에 발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5나노(㎚) 파운드리 등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전작에 비해 각각 30%, 40% 끌어올렸다. 통신 기능을 하는 모뎀 칩과 각종 연산을 담당하는 AP를 결합한 삼성전자의 첫 5G 통합 칩이기도 하다.

강 사장은 신제품을 준비하는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전작인 엑시노스990 성능이 스마트폰 제조사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갤럭시S20'에 라이벌 퀄컴 칩이 대다수 장착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실망이다” “차후 기능 개선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강 사장은 잃어버린 시장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신규 엑시노스 개발에 밤낮없이 매달렸다. 특히 이번에는 고객사 대상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영업 활동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칩 성능 개선에 몰두하던 강 사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면모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강 사장은 '돌아온 엑시노스'를 통해 시스템LSI사업부를 향한 우려의 시선을 말끔히 씻어 냈다. 이를 악문 강 사장의 절치부심이 통했다. 엑시노스2100은 '갤럭시S21'에 재장착됐다. 또 지난해 11월 발표한 5나노 기반의 '엑시노스1080'도 중국 유력 스마트폰 제조사에 납품되면서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첨단 칩 기업과 경쟁할 준비를 마쳤다.

강 사장은 “다음 칩은 AMD와 함께 GPU 기술을 협력한 제품을 내놓겠다”며 새로운 혁신도 예고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 온 엑시노스 GPU 성능이 대폭 개선될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 사장은 기술 논문과 리포트를 정독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고, 이를 습득해 업무에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한 '천생 엔지니어'로 잘 알려져 있다. 앞으로 5나노 이하 칩 시장 경쟁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1년 만에 엑시노스 성능의 극대화를 이끈 강 사장의 기술 리더십을 감안하면 삼성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