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與 "소통노력 돋보여"…野 "입양아 교환 귀 의심"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대통령의 '소통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야당은 '공허한 120분'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양아동을 학대한 '정인이 사건' 방지책 대안을 내놓는 발언과 관련해선 여러 곳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이 돋보였다”며 “국정 현안 전반에 솔직하고 소상하게 설명했다.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책도 다양하게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백신 무료접종과 연내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K-방역이 세계 최고의 모범 국가 위상으로 이어지도록 초당적인 정치권의 협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야당의 평가는 달랐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비대면으로라도 다양한 질의를 소화하려한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듣고 싶은 말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로만 채운 '허무한 120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고통받는 국민과 함께 있지 않았다. 부동산은 세대분할 때문이라며 '탓'하는데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며 “정인이 사건 방지책은 결국 '교환 또는 반품'인 건지 궁금하다.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취소하거나 아동을 바꿀 수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귀를 의심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입양한 부모가 변심할 수도 있고 부모와 아이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입양 취소나 입양아 교체를 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아이들한테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반려동물에게조차 그렇게 하면 천벌 받는다”며 “입양이 무슨 홈쇼핑이냐, 입양아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입양부모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고, 대한민국의 인권을 봉건시대 수준으로 추락시킨 데 대해 지금 당장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아동학대 본질과 다른 발언으로 자칫 입양에 대한 편견과 입장에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이 부분에 대통령의 분명한 해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 질문 없이 지난해와 올해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몇몇 현안의 경우 때를 놓친 입장 표명 등 뒤늦은 대통령의 등장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경영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여권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이익공유제 등 포용정책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외국기업과의 형평성, 주주 이익의 직접 침해 등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쟁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이윤을 사실상 강제 배분할 경우 기업 혁신과 성장 유인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며 “사회적 합의나 정치권 논의 등에서 좀 더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