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터리 인력 유출, 대책 마련 시급하다

중국 업체들이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연구 인력을 빼내 가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인력에 이어 국내 업체들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분야다.

국내 헤드헌팅 업체를 동원해 배터리 산업 동향, 자문역 등의 요청을 빌미로 전방위에 걸쳐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제 최근 국내 헤드헌팅 업체가 유료 자문을 이유로 문자를 발송했고, 이에 응하면 40만~100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료 자문으로 연결되면 암암리에 이직 제안이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 대형 배터리 업체가 자국의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고, 다시 한국 헤드헌팅 업체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다.

중국의 한국 배터리 연구 인력 접촉은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분야 등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주요 대기업 중심으로 상당수의 전문 인력 유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업체 등도 호시탐탐 국내 연구 인력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핵심 기술도 함께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후발 주자가 선두 업체를 따라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핵심 인력을 영입해 그동안의 노하우를 뽑아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에서의 이탈 사례를 경험했고, 이를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인력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이미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못지않게 우리 경제를 지탱할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국내 배터리 생산은 31조원으로 32% 증가하고 수출도 70억달러로 5.7% 증가하는 등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및 신모델 출시 등에 힘입어 올해 이차전지 내수 규모도 5조5000억원으로 24.1% 확대가 예상된다.

미래 가치는 물론 현재 가치를 놓고 봐도 배터리 전문 인력 유출은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