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빅테크 맞설 '디지털 혁신' 닻 올렸다

우리, '영업·디지털 그룹'·KB국민, '스마트고객총괄' 신설
신한, 조용병 회장 직속 '룬샷 팀' 운영
하나, 亞 페이먼트 허브 구축 본격화
NH농협, 데이터 중심 마케팅 구현 집중

대형은행, 빅테크 맞설 '디지털 혁신' 닻 올렸다

시중 대형 은행들이 올해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디지털 전환을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에 안착시키기 위해 조직을 대개편했다. 일반투자자의 주요 투자 플랫폼이 은행 위주에서 빅테크로 분산되자 디지털 경쟁력이 핵심 금융투자플랫폼 지위를 공고히 하는 생존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최우선 경영 과제로 디지털 혁신을 삼고 고객 서비스는 물론 업무와 조직 문화에 '디지털 퍼스트' DNA를 완전히 뿌리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은행은 최근 조직 개편에서 디지털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영업·디지털 그룹'을 신설하고 공동 영업체계 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기조는 조직을 슬림화했지만 영업단의 디지털 경쟁력 확대를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비대면 흐름에 맞는 자산관리와 상품·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손태승 회장이 디지털혁신위원장,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총괄장직을 맡은 디지털혁신총괄 조직을 출범시키고 전사 차원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남산타워 사옥명을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변경하고 그룹 디지털 컨트롤타워를 출범시킨 것도 상징적 변화다. 손 회장이 직접 디지털 혁신 과정을 챙기고 실무진과 소통하면서 디지털 혁신으로 모든 것을 바꾸자는 전사적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마이데이터 ACT조직'은 우리금융그룹 공동으로 마이데이터 기반 혁신 서비스와 시스템 구축을 전담한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 핀테크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 궁극적으로 고객의 핵심 금융생활 플랫폼으로 안착시키겠다는 목표다.

KB금융그룹도 디지털 플랫폼을 혁신해 고객의 핵심 금융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혁신총괄(CDIO)을 디지털플랫폼총괄(CDPO)로 변경했다. 그룹 차원의 디지털 플랫폼 혁신과 고객경험 개선을 주도, 향후 치열해질 핵심 금융플랫폼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고객 비대면 서비스 수요 증가에 맞춰 스마트고객총괄 직제를 신설해 인공지능(AI) 기반 상담플랫폼 등을 활용한 미래형 콘택트 센터 발전도 꾀했다. 그룹 간 AI 전략과 협업을 지원하는 AI혁신센터를 신설,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 전반에 걸친 혁신 지원에도 나섰다.

그동안 추진해 온 디지털플랫폼 혁신 결과 최근 자체 개발한 'KB모바일인증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체 금융계열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단행했다. 디지털 혁신을 업무 현장에 반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사업 조직과 기술 조직이 함께 일하며 아이디어를 실제 기술 서비스로 구현하는 25개 플랫폼 조직을 신설했다.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대전환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그룹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핵심으로 삼고 전 계열사에 걸친 디지털 역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 직속으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한 '룬샷 팀'을 신설하며 변화를 꾀했다.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세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선두로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장 직속 혁신 추진 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고객 중심의 일류 디지털 뱅킹기업으로 전환하자는 목표로 AI유닛(옛 AI통합센터),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담하는 마이데이터유닛, 데이터 유닛(옛 빅데이터센터), 디지털 연구개발센터 등 4개 조직으로 구성됐다.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혁신단 리더로 영입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장기 차원에서 은행을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탈바꿈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 제시 전략을 세웠다. 최근 조직 개편에서는 팀 중심으로 체계를 변경, 빠르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을 강화하고, 이를 이용한 비대면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한 아시아 페이먼트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디지털뱅킹 첫 추진 사업인 '라인뱅크'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기획 전문가인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철저하게 데이터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고객 중심 디지털 플랫폼 구현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7개 채널을 3개로 통합하고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서 NH농협은행의 경쟁력을 각인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수요를 분석하고 상품·서비스를 리모델링하는 프로세스 선순환 체계를 구현한다.

표. 시중 5개 대형은행의 2021년 디지털 혁신 중점 방향

대형은행, 빅테크 맞설 '디지털 혁신' 닻 올렸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