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상한 기업, 삼성전자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이준희 기자
<이준희 기자>

지난 1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우아한형제들을 26호 자상한기업에 선정했다. 중기부는 우아한형제들,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상생협력을 통한 프로토콜 경제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은 기자단이 듣고 싶어 한 서울시장 출마 답변은 피하고 '프로토콜 경제'라는 중기부 핵심 정책을 강조했다.

기자단이 “이보다 앞서 자상한기업으로 선정된 삼성전자가 (프로토콜 경제의) 선도적 역할을 많이 했는데 오늘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 판결을 받았다”고 질문하자 박 전 장관은 “(뉴스를) 못 봤다”며 자리를 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실로 '자상한'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0일 삼성 아산공장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났다. 삼성은 그곳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오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공급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협약도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삼성이 언제나 세계에서 앞서나가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주고 계셔서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1일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멘토 삼성전자를 7호 자상한기업에 선정했다. 중기부는 삼성전자와 중소기업중앙회 간 '소부장 중심의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당시 박 장관은 “소부장 중소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체계적인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간다면 '더 똑똑한 스마트공장'으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장서서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계 1위 기업 삼성의 총수는 일본 수출 규제로 돌파구가 필요하던 2019년 10월 현 정부에 가장 자상한 존재였다. 당시 이 부회장은 대법원이 4개월 전에 파기환송한 국정농단사건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위기 상황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삼성' 카드를 꺼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은 크게 달랐을까. 이 부회장은 최고 권력이 먼저 꺼낸 뇌물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최고권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선의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아니면 살아 있는 정권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자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