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우리나라 재난대응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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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이 치솟고, 크고 작은 잔해들이 산재한 곳. 시멘트 더미가, 강철로 된 문과 파이프가 길을 가로막는다. 때로는 방사선 피폭 우려도 예상할 수 있다. 재난현장의 참혹한 모습이다.

재난현장에서의 구조, 혹은 처리 작업은 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인명을 구하려다 도리어 구조인력이 다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재난로봇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람이 도저히 가기 어려운 곳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추가 인명 피해를 막는 동시에 작업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런 효용가치 때문에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성과가 나오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휴보'가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최 재난 로봇 경진대회인 로봇공학 챌린지(DRC)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먼저 이름을 알린 것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암스트롱'이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암스트롱
<원자력연이 개발한 암스트롱>

암스트롱은 기관 성격에 맞게 원자력 사고에 특화된 사람 크기 로봇이다. 험지 위를 움직일 수 있는 무한궤도 위에 사람을 본 딴 상체를 올렸다. 허리는 상하 리프팅이 가능해 작업 현장에 맞춰 로봇 높낮이 조정이 가능하다.

이름처럼 강한 힘을 낸다. 한쪽 팔로 100㎏씩, 총 200㎏ 무게를 지탱할 수 있어 무거운 잔해를 옮길 수 있다. 다양한 도구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전용 장비(어태치먼트)로 구현한 곡괭이 삽, 굴착용 파쇄기를 장착해 쓸 수 있다. 사람이 쓰는 상용 공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주 세밀한 작업 수행도 가능하다. 문을 여는 것은 물론 랜선 코드를 꽂는 것까지 할 수 있다. 사람 팔과 상체를 본 딴 외부 조작장치 '마스터 디바이스'를 쓴 결과다. 팔 부분을 잡아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그대로 암스트롱에 재현되는 식이다. 이는 사람 수준의 팔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숙련자도 손쉽게 로봇을 조종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마스터디바이스로 암스트롱을 조종하는 모습
<마스터디바이스로 암스트롱을 조종하는 모습>

원자력연 연구진은 암스트롱 성능에 자신감을 보이며 다양한 재난 현장에 활용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박종원 박사는 “지난해 원내 실제 방재 훈련에 참여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임기홍 박사는 “로봇 업그레이드를 계속할 계획으로, 암스트롱이 세계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사람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날이 빨리 오기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20일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도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 개발을 발표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함께 개발한 이 기계는 6m에 달하는 팔, 탑승형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커 암스트롱과는 활용 쓰임새에 다소 차이가 있다.


생기원이 개발한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가 양팔 작업기로 드럼통을 들어 올리는 모습
<생기원이 개발한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가 양팔 작업기로 드럼통을 들어 올리는 모습>

이 기계 역시 양쪽 팔로 최대 200㎏ 장애물을 옮길 수 있다. 세밀한 작업보다는 큰 작업에 능하다. 22㎜ 철근을 절단할 수 있고 시멘트 덩어리를 부수거나 샌드위치 패널을 뚫을 수 있다. 오른쪽 팔이 주된 작업을 수행하고, 왼쪽 팔이 이를 보조한다. 특히 왼쪽 팔은 다양한 대상 모양에 맞춰 그리퍼 형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탑승자가 웨어러블 기기(케이핸들러)를 움직여 작동한다. 암스트롱처럼 실제 팔 움직임이 로봇 팔 움직임에 대응된다. 사람 팔과 6m에 달하는 로봇 팔의 조작 간극은 '마리오네트 알고리즘'으로 해결, 최대한 직관적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이들 기술을 활용한 결과 암스트롱과 마찬가지로 비숙련자도 쉽게 조작 가능하게 됐다. 이동은 각각 무한궤도를 장착한 4개 다리(액티브 서스펜션)가 담당한다.


생기원의 특수목적기계 로봇팔을 내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웨어러블 조종장치
<생기원의 특수목적기계 로봇팔을 내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웨어러블 조종장치>

쓰임새는 다양하다. 현재 소방서 활용이 주로 기대되지만 건설 및 산업현장, 농업현장, 국방현장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조정산 생기원 박사는 “사람의 움직임에 맞게 긴 팔을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기술 구현에 최선을 다했다”며 “향후 재난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 쓰일 수 있도록 개량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암스트롱,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 규격


[과학핫이슈]우리나라 재난대응 로봇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