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전자 스마트폰, 매각이 종착지는 아니다

박정은 통신방송과학부 기자
박정은 통신방송과학부 기자

LG전자가 MC사업본부 운영 방안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LG 윙과 LG 벨벳 등으로 반전 기회를 노리던 LG전자 스마트폰 계보 역시 사실상 '끝'을 마주했다는 게 중론이다.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에 이르는 애물단지를 마침내 털어 낼 수 있게 된 점도 시장에 청신호로 작용했다. 이를 반영하듯 사업 철수·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LG전자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그동안 시장에서 늘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10년 옵티머스 시리즈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지 만 10년, 나름의 정체성을 띤 신제품을 매년 선보였지만 결국 삼성전자와 애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기술 경쟁력은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LG전자가 확보한 5세대(5G) 이동통신 특허는 1700여건에 이른다. 세계 전체 5G 특허에서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보다 앞서 2011~2015년에는 4G 통신 기술 관련 표준특허 부문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는 6G 연구센터를 공동 설립, 미래 이통 기술 조기 대응에도 만전을 기했다.

관건은 이들 지식재산권(IP) 소유권의 향배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고 전면 철수하더라도 특허 자산의 독자 가치는 결코 퇴색하지 않는다. 라이선스 수익은 물론 LG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자동차 전장 분야 경쟁력 확보에도 필요한 핵심 자산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매각은 결코 종착지가 될 수 없다. LG전자 브랜드를 부착한 스마트폰 신제품은 더 이상 나오지 않더라도 관련 기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롤러블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 제품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여전하다. 주력 사업인 TV·가전과의 기술 연계는 물론이다.

오랜 적자 상태를 이어 오긴 했으나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남긴 발자취는 결단코 희미하지 않다.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위한 변화로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