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차세대 ERP 시장, 외산 vs 국산 격돌

올해 최대 규모 '한전 ERP' 주목
예보·조폐공사 등 연이어 본사업
초반 승기 따라 민간시장도 영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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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공공기관이 차세대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젝트에 연이어 착수하면서 외산과 국산 솔루션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동안 조용하던 ERP 시장이 들썩이면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민간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조폐공사 등이 올해 차세대 ERP 사업을 실시한다.

업계가 가장 크게 주목하는 것은 한전 사업이다.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한전 ERP 사업은 공공 최대 규모로 꼽힌다. ERP 솔루션 규모만 약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솔루션 구축과 시스템 연계 등 차세대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들도 한전 사업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말 차세대 ERP 관련 자료요청서(RFI)를 업계에 전달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의 의견을 받았다. 한전 관계자는 “275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예타 결과 등을 바탕으로 6월 이후에 사업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보와 조폐공사도 지난해 차세대 ERP 정보화전략계획(ISP)을 마무리하고 올해 본사업을 진행한다. 두 사업의 총 규모는 100억~200억원대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공공 ERP 시장은 중소 규모 사업 외엔 없었다”면서 “올해 이들 사업 외에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중형급 공공기관도 ERP 업그레이드 등을 논의하고 있어 추가 사업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SAP·오라클 등 외산과 더존비즈온·영림원소프트랩 등 국산 솔루션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규모 사업인 한전은 기존 SAP 제품을 지속 사용할지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할지가 관심사다. 한전은 2005년 SAP ERP를 도입한 후 지난해부터 차세대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2016년 SAP와 라이선스 국제 분쟁에 휘말렸지만 법원이 자회사인 한전KDN에 책임을 물으면서 여유가 생겼다.

업계는 한전이 특정 솔루션을 지정하기보다 외산과 국산 모두 살펴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AP와 더존비즈온 양강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AP는 국내 공공 최대 고객사인 한전을 수성하기 위해 사업에 참여하는 IT서비스 업계 등과 함께 긴밀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더존비즈온은 지난해 현대백화점, 동서발전 등 굵직한 민간·공공 수주 실적을 발판으로 한전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한전 사업 전초전은 한전공대 ERP 구축사업이다. 한전공대는 조만간 ERP 구축사업을 공고할 계획이다. SAP, 더존비즈온 등이 사업 수주를 위해 기술력, 서비스 지원 등 전면 경쟁에 나선다.

구축사업을 수행할 IT서비스 업계도 외산과 국산 솔루션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ERP 시장은 SAP 위주였지만 지난해부터 더존비즈온이 민간·공공 등에서 사업에 적극 임하면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 오라클과 영림원소프트랩도 중견 규모의 ERP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IT서비스 업체도 특정 솔루션 파트너를 먼저 선택하기보다는 가격과 성능 등 여러 면에서 국내외 제품을 고르게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