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SK 배터리 소송전 이제 끝내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최종 판결에서 SK 측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수입금지 10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번 소송은 국내 기업 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소송이라는 점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급기야 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정세균 총리가 직접 양사 합의를 종용할 정도로 우려도 적지 않았다.

ITC의 최종 판결로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합의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제 양사는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는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급이 필요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판결 직후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며 합의를 촉구했다. 폭스바겐도 “한국의 두 배터리 공급업체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가 됐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 간 소송전이지만 넓게 보면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제 결과를 놓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K-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승자의 여유를 보여 줄 시점이다. 양사가 고수하고 있는 합의금 간극이 적지 않지만 격차를 줄이려는 관용이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도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ITC 판결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가능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소송전의 본질에만 집중해 사업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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