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이데이터, 보험산업 웃지 못하는 이유

[기자수첩]마이데이터, 보험산업 웃지 못하는 이유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마이데이터란 금융회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 주권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확보한 내 개인정보를 자기 스스로 확인하거나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금융회사나 기업이 단순히 정보제공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를 가져다가 다양한 마케팅 용도에 활용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내가 동의할 경우 개인정보를 인·허가 받은 금융회사, 핀테크 등이 자산관리나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녹일 수 있게 됐다.

금융회사 역시 자체 제공하는 금융상품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웃지 못하는 이도 있다. 바로 보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마이데이터 초기 정보 제공 범위에서 보험 보장내역 등 일부 핵심 항목이 개인신용정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제외됐기 때문이다. 보장내역 등을 토대로 고객에게 보험보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보험보장 분석 서비스는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 보장내역을 분석해서 불필요하거나 필요한 보장을 안내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의 경우 같은 상품이라 해도 보장내역이 각기 다른 만큼 이를 수집해 활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정보 비대칭이 극심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이런 내용을 알 길이 없어 단순히 설계사의 말만 믿고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를 해소한 것이 바로 보험보장 분석 서비스다.

금융 당국은 향후 포함 여부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업체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소비자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마이데이터가 가져올 산업 영향력은 막강하다. 소비자는 그에 따른 상당한 편익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 생활에 가장 밀접한 보험이 관련 내용을 알 수 없던 과거로 돌아가면 그 효과는 반감될 개연성이 크다.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는 8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부디 보험 산업이 정보 비대칭이 극심하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