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폰 속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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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통신방송과학부 기자
<박정은 통신방송과학부 기자>

스마트폰에 영상통화 대기 화면이 나오고 연결음이 그치자 '아빠'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갓 돌이 지나 스스로 걷기 시작한 아이는 아빠를 스마트폰 속에 있는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코로나19 상황 지속으로 출입국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에 체류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생활이 길어졌다. 그러나 영상통화로 매일 서로를 마주할 수 있기에 아이는 아빠 얼굴을 잊지 않았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는 생일 선물로 스마트워치를 사 드렸다. 낙상감지 기능과 혈압·심전도(ECG) 측정이 가능한 최신형 모델이다. 갑작스러운 넘어짐이나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사전에 등록된 연락처로 알람이 전송되는 기능도 갖췄다. 자주 찾아뵙지 못함에 죄송스러운 마음과 걱정을 담았다.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연세지만 언제 어디서나 아들과 연결돼 있다는 말에 아이처럼 기뻐하셨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에 '비대면'은 당연하게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이 이뤄지고, 재택근무와 줌을 활용한 영상회의가 일상이 됐다. 수다에 목마른 이는 음성 기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를 찾는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공간은 가상현실(VR) 콘텐츠가 결합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몸이 멀어진 빈자리를 채워 가고 있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이전과는 다른 생활 방식을 제시했다. 촘촘하게 연결된 ICT 인프라와 기술 역량은 위기 속 기회를 창출하며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피어난다. 정부도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지금껏 그래왔듯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삶의 방식을 적응시켜 나가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비대면에 익숙해진 미래 세대는 물론 전자기기가 어색한 중장년층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와 제도를 마련할 때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