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 수소사업 협력한다...정 회장 "수소는 에너지 화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았다. 현대차그룹이 포스코그룹에 이어 SK그룹과도 '수소 동맹'을 맺으면서 한국형 수소 사회 실현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2일 SK인천석유화학(인천 소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에 앞서 양 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면담하고, 수소산업 생태계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인천시 수소산업기반 구축 MOU 교환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현 인천서구청장(왼쪽부터),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인천시 수소산업기반 구축 MOU 교환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현 인천서구청장(왼쪽부터),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현대차그룹 측은 정 회장을 비롯해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김세훈 현대차 부사장 등이, SK그룹은 최 회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최윤석 SK인천석유화학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이날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모델 발굴에 나서기로 협의했다. 우선 SK그룹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차량 1500여대를 현대차가 생산한 수소전기차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내년엔 수소카고트럭과 2024년 수소트랙터 등 수소상용차를 현대차그룹이 제공하고 SK그룹이 활용하는 방안 등을 협의했다.

두 그룹은 수소 충전과 초급속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모은다. 올해 말까지 인천·울산 지역의 물류 서비스 거점인 SK내트럭하우스에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각 1기씩 설치하며, 전국의 SK주유소 등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여기에 SK주유소 등에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200㎾급) 설치 등 충전인프라 확충을 위한 협력에도 나설 방침이다.

수소 생태계 구축 퍼포먼스 기념사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한정애 환경부장관.
수소 생태계 구축 퍼포먼스 기념사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한정애 환경부장관.

두 그룹은 포스코그룹과 더불어 국내 기업 간 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K-Hydrogen Council)' 설립을 상반기 중 추진한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 사업 역량 강화와 사업 영역 확대 등 수소사회 구현을 견인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SK그룹도 지난해 12월 수소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아래 '수소사업추진단'을 출범하고, 국내와 수소 사업 등을 통해 수소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는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체로도 활용할 수 있어 탄소 중립 시대 '에너지 화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SK그룹과 협력을 통해 수소 생산, 유통, 활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건전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소사회 실현을 한 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현대차·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그룹과 중소·중견기업들은 2030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저장·활용 등 수소경제 분야에 4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은 청정수소 분야에 집중 투자해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국내외 대량 그린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수소 승용차 외 버스·선박 등 다양한 수소모빌리티를 상용화하고, 청정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보급도 확대한다.

이에 정부는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과 다양한 규모·방식의 그린수소 연구개발(R&D)·실증사업 지원을 통해 관련 사업 조기 상용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액화수소 관련 안전 규정을 연내 마련하고, 대규모 부생수소 출하 시점에 맞춰 액화수소 밸류체인 전반을 일괄 지원하는 체계를 수립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에너지·철강·화학·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우리 기업들이 2030년까지 43조원 규모 수소경제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며 “정부도 제도개선을 조속히 추진해 민간 투자계획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