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공무원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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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공무원 시험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부족한 것은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메리 클리어리 아일랜드 컴퓨터학회 박사가 지난 2014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럽연합(EU)·미국 건강증진 시장 및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주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부족한 국내 개발자는 앞으로 5년 동안 3만1833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W 개발자와 IT 전문가 공급 부족은 IT업계 문제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파도는 유통·제조·국방·관광·자동차·항공 등 모든 분야를 덮쳤고, SW와 IT 전문가 수요와 공급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부족한 'SW 개발자'와 공급과잉인 공무원시험준비생(공시생) 문제를 묶어서 해결하자고 제언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공시생 수는 45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놀라운 부분은 경제활동인구의 약 9%이자 전체 청년 인구의 6.8%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취업사이트에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취업준비생의 85.8%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다. 학생과 군인을 빼면 모두 공무원시험준비생이라는 말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공시생의 사회 손실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금액은 무려 17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경쟁률도 엄청나다. 9급 국가직 공무원 합격률은 약 2%다. 100명 가운데 단 두 명만 합격한다. 공무원 시험의 목적인 '훌륭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공무원으로 고용한다'는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고도 남는 경쟁률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불합격자 98명은 지식근로자 자질을 갖추지 못한 열등한 사람일까. 상황이 이 정도라면 공무원 시험 목적이 2%의 최고 우수한 사람을 선발할 뿐만 아니라 불합격자 98%의 미래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복합 목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합격하지 못하는 98%의 훌륭한 대한민국 인재의 미래도 공무원 시험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98%의 훌륭한 대한민국 인재를 위해서라도 공무원 시험의 공통과목에 SW 개발 및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개념과 실제가 포함돼야 한다. 과목을 늘릴 것인가 대체할 것인가 고민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서 젊은 인재가 어떠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가 시작된다고 하면 “SW 기술 과목이 이과에 유리하다” “행정직에 불리하다” “이미 7급 공무원 시험에 전산직이 있다” 등 여러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험 내용과 운영으로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생각의 폭을 넓혀 보면 전체 국민의 IT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볼 수 있다. 국가가 98%의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취준생 85.8%가 SW 기술을 익히고 개념을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시장 수요가 충분한 SW 기술자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SW 지식은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공시생 하루 평균 공부시간이 10시간이 넘는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재원이 기대된다. 또 제도가 개편된다면 10년 후, 20년 후 대한민국 IT가 갖추게 될 위상 또한 높아진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james@i-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