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국 조선업계, 특허 출원 경쟁국 압도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압도적인 특허 출원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제고하고 있다. 다만 원천 기술보다는 응용 기술 개발에 집중돼 있어 자립화가 시급한 것으로 평가됐다.

3일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조선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1453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123건, 3041건, 3521건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 하락했다.

특허 출원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에 집중됐다. 이들 3사는 2019년 각각 255건, 270건, 297건 특허를 출원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건수는 4428건, 4378건, 453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조선 관련업체인 미쯔비시중공업 118건, 가와사키중공업 43건, 미쯔비시조선 44건, GTT 30건, 재팬마린 25건, 베커마린 23건을 압도한다. 많은 특허 출원은 조선업계 기술 경쟁력이 그만큼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유리하다.

조선 3사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관련 특허를 늘리고 있다. 앞서 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모든 국제 항행 선박에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0.5% 이하로 규제했고, 올해 1월 1일부터 국내 연근해 운항 선박까지 확대 적용한 바 있다.

조선 3사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IMO 환경규제 관련 특허를 총 9021건 출원했다. 이 가운데 5096건을 등록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경쟁국이 총 2만8960건, 1만6001건 출원하고 등록한 것과 비교할 때 31%, 31.8% 비중을 차지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순으로 특허 출원 상위를 싹쓸이했다. 주로 폐열회수, 선형 최적화, 공기윤활, 에너지 절감장치(ESD), 탄소중립 선박 연료,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등 온실가스 및 배기가스 저감, 에너지 절감 등에 집중됐다.

국내 조선사들은 스마트 선박 관련 특허 출원도 경쟁국을 압도한다. 지난 20년 동안 특허 5218건을 출원했고 3040건을 등록했다. 주요 5개국 총 특허 출원건수 1만3530건, 등록건수 7485건 대비 38.6%, 40% 비중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출원한 특허는 원천 기술보다는 응용 기술에 몰려 있다. 시장 진입 장벽 탓이다. 예를 들어 국내 조선사들은 멤브레인형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원천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한 프랑스 GTT에 척당 100억원 안팍(선가 대비 5%)를 로열티로 지급한다. 현재까지 누적 지불액만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조선 3사는 한국형 LNG 화물창(KC-1)을 개발했다. 하지만 안전을 중시하는 조선·해운업계 특성상 GTT 제품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선박 엔진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과 STX엔진, HSD엔진 등은 대형상선 발전용 엔진 원천 기술을 가진 독일 만 에너지 솔루션 등과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위탁 생산, 공급하고 있다. 선박 엔진은 통상 선가의 10%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4행정 중형엔진 '힘센'을 독자 개발해 육상과 선박용 발전기 엔진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대형 상선 선박용 2행정 엔진에선 독자 제품 개발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선박 등 고부가가치 기술력에선 우리나라가 앞서 있지만 원천 기술 로열티로 빠져 나가는 자금이 만만치 않다”면서 “지속 연구개발(R&D)로 고부가가치 선박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여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