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금지법' 게임 사업 족쇄 채우나

국회 일각 '게임법 개정안' 발의 움직임
"컴플리트 가챠 금지…이용자 보호 취지"
업계 "비즈니스 모델 직접 규제 지나쳐"
외산은 제재 방법 없어 '역차별' 우려도

컴플리트 가챠 개념도
컴플리트 가챠 개념도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아이템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검토되고 있다. 게임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제한하는 첫 시도여서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일종인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 발의가 검토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각계 의견을 수렴, 조만간 최종 발의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과도한 사행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게임운영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관련 이익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근거를 법에 담는다. 게임 특성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오류를 두고는 고의로 이용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 기술적 장애에 의한 것인지 구분하는 기준도 설정한다.

컴플리트 가챠는 뽑기에서 나오는 여러 아이템을 모아 또 다른 아이템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뽑기로 필요한 것을 모두 얻어야 최종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영화 '어벤저스'에서 스톤을 모아 '인피티니 건틀렛'을 얻는 형식과 같다.

필요한 아이템을 전부 모으지 못하면 사실상 가치가 없다. 이용자는 아이템 수집에 들어간 돈을 매몰비용으로 포기하거나 필요한 것을 얻을 때까지 돈을 들여서 뽑기를 계속해야 한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허점을 이용한 컴플리트 가챠가 성행하고 있다. 현행 자율규제는 유료로 구입하는 캡슐형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만 표기를 권고한다. 이를 모아 다시 확률템을 만드는 시스템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용자가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넘게 사행성 소비를 하도록 부추겨 논란이 됐다.

지난 2018년에는 넥슨의 '서든어택' 게임이 컴플리트 가챠 형식 이벤트를 하면서 각 조각 획득 확률을 동일하게 설정하지 않아 과징금을 받은 적이 있다. 다만 확률 설정과 공개에 따른 과징금이지 컴플리트 가챠 자체에 대한 제재는 아니었다.

업계는 특정 확률형 아이템 직접 규제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게임 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 시도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높아졌고 일부 폐해가 존재하지만 현 상황을 개선하자는 본질을 피해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규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광고 모델로 선회에 따른 과장·선정 광고 증가와 서비스 연구개발(R&D) 소홀로 인한 국제무대 산업 경쟁력 퇴보 등 부작용을 예상했다. 입법 규제보다는 업계의 선도적 자율규제 강화를 통해 이용자 불만을 해소하는 것을 우선으로 봤다.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법 개정의 핵심은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이후 변화를 반영해 산업 경쟁력과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여러 이슈 가운데 하나인데 이것이 모든 것을 삼켜 본질을 흐리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확률형 아이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의 일부 게임을 '5대 악게임'으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를 담은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헌 민주당 의원과 넥슨 시위 현장을 찾은 같은 당의 전용기 의원 등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에 게임 산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노력은 묻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입법 규제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내는 의원도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소비자 보호 장치가 과도할 경우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외국계 업체에 대해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