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R&D 강화

배터리 개발실 조직 3개 부문으로 확대
전고체 배터리·리튬황전지 등 개발 추진
자사 브랜드 맞춤 부품 자체 생산 기대

현대차그룹이 최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연구개발(R&D)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향후 수년 내 테슬라 등과 같이 독자 배터리 개발·생산까지 고려한 내재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리튬이온 파우치 방식 이차전지만 채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향후 어떤 종류의 배터리를 사용하게 될지 주목된다.

현대차가 지난 2월 사전예약을 실시한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신차 아이오닉5.
현대차가 지난 2월 사전예약을 실시한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신차 아이오닉5.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최근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개발실에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생산기술·배터리기술 3개 부문으로 확대·강화했다.

선행기술팀은 전해질의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와 양극활물질로 산소의 산화환원을 쓰는 '리튬에어전지', 황·탄소 복합체를 양극재로 쓰는 리튬황전지를 개발한다. 이들 전지는 차세대 제품으로 안전성과 에너지밀도가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크게 향상된 전지다.

또 배터리 개발실의 생산기술 연구조직은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규격 4680)처럼 극판을 건식 공정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인 새로운 공정 기술 등을 개발한다.

배터리 조직은 현재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에너지밀도 생산성 등 고도화 기술에 대응하고, 이번 코나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터리 개발실 내 선행기술팀이 대거 보강되면서 R&D 인력만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조직을 강화한 건 향후 자사 브랜드 전기차에 최적화된 독자 부품 확보를 위한 내재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배터리 업체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팩킹과 시스템화 공정단계를 거치는 것에서, 셀부터 배터리 시스템까지 전체 공정을 내재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현재 테슬라를 비롯해 토요타, 폭스바겐, BMW그룹 등이 배터리 독자 개발에 나섰으며 이들은 직접 생산까지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합작사에서 최근 자회사 등을 통해 내재화를 추진하는 추세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분야 후발주자인 만큼 차세대 배터리 선행 기술 개발을 통해 향후 독자 개발·생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10년째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원통형(4680) 등 리튬이온전지 고도화에 집중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사업을 위해 배터리 산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다양한 종류의 배터리 선행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