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진 벤처, 중간회수 시장 커졌다

상장 전 기업 보유주식 사들이는 방식
작년 세턴더리펀드 2645억원 규모
자금 조기 회수…투자 생태계 선순환

비상장 기술기업 가치가 높아지면서 벤처캐피털의 중간 회수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구주를 전문으로 사들이는 세컨더리펀드 결성이 늘고 있다. 상장이나 인수합병(M&A) 이외에 중간단계 투자 회수 창구가 열린 것이다. 주요 투자자가 자금의 묶임 없이 재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벤처투자 생태계의 선순환까지 기대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DSC인베스트먼트는 최근 90억원 규모의 DSC세컨더리벤처펀드 2호를 조성했다. 회사가 기존에 운영하던 DSC테크밸류업펀드 2호에다 세컨더리펀드 결성액을 합쳐 100억원을 암호화폐 거래소 두나무에 투자했다.

신규 창업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상장 이전이지만 일정한 규모를 갖춘 기업의 보유 주식을 사들이는 구주매출 방식을 썼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이번 거래에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 약 20만주를 사들였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만기가 임박한 펀드의 투자자산 전체를 신규 펀드로 결성하는 세컨더리펀드를 지난달 출범했다. 총 440억원 규모로, 지분을 사들인 기업만 40여개에 이른다. 이번 거래로 기존 펀드에 출자하던 주주나 벤처캐피털은 세컨더리펀드에 지분을 넘기고 현금을 확보,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결성된 세컨더리펀드는 총 14개 2645억원 규모다. 2019년 2675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500억원대에 이르는 세컨더리펀드가 결성된 것이다.

세컨더리펀드는 신규 투자가 아니라 기관투자가나 주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세컨더리펀드는 신생 초기벤처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받은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결성이 늘고 있다. 초기에 투자하던 주주나 창업투자회사는 투자 자금을 기업공개(IPO)까지 기다리지 않고 회수해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비상장 기업의 기업 가치가 증가하면서 중간 회수 수요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기술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장외 주식시장에도 지분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벤처투자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1000억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은 2015년 51개에서 지난해 말 320개로 급증한 상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상장 기업의 기업 가치가 커지고, 공모주 시장 역시 활성화하면서 증권사 중심으로 상장 전 투자(프리IPO)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자금을 상장 이전에 조기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주 매출과 세컨더리펀드를 통한 중간회수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