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학자]철도 화재 대응 '스마트 대피통로' 개발한 이덕희 철도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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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대피통로를 개발한 이덕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안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스마트 대피통로를 개발한 이덕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안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철도 화재 현장에서 승객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대피통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다시는 지하철 화재로 승객이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덕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안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각종 철도 시설에 적용 가능한 스마트 대피통로 기술을 개발한 인물이다.

스마트 대피통로는 평상시 벽이나 천장에 접힌 채 보관되다가 비상시 자동으로 펼쳐진다. 승객을 연기와 분리시켜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대피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대피통로는 많은 고민이 담긴 산물이다. 안전성과 편의성 모두 담았다. 200도 고온에서 1시간 이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했고,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 통로로 들어갈 수 있도록 20m 간격으로 출입문을 냈다. 신선한 공기를 가압해 공급, 화재 연기가 통로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다. 조명도 설치 대피를 도울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타지 않는 특수 소재다. 유리섬유를 기반으로 수지를 코팅하는 내열 이중막을 구현했다. 외부에는 은박 코팅을 더해 내열성을 더했다.

이 연구원은 “소재만 해도 가벼우면서 타면 안 되고, 접혀야 하는 등 다양한 요구 조건이 있다”며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다보니 많은 영역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대전도시철도 신흥역에서 계단에 설치한 대피통로 연기차단 성능을 시험한 모습.
<대전도시철도 신흥역에서 계단에 설치한 대피통로 연기차단 성능을 시험한 모습.>

'잘 피고 접히는 것'도 중요 사안이었다.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걸림이 발생, 펴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걸쇠로 구조물을 잡고 있다가, 유사시 이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간단하면서 오작동이 없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연구원이 화재 대응 연구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0년 무렵이다. 이전부터 철도 차량 내장재가 불에 취약하고 많은 연기를 발생시킨다는 의견이 있어 철도 내장재용 난연성 소재를 연구했다. 그러던 중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나면서 화재 대응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됐다. 당시 방화로 12량 지하철 객차가 불타고, 192명 승객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연구원은 당시 참사를 접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떨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지하철 화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입장이다 보니, 더 빠르게 일을 진행했다면 하는 자책감이 있었다”며 “이후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스마트 대피통로까지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대피통로 기술을 구현한 만큼, 이들 기술이 널리 쓰였으면 하는 것이 이 연구원의 바람이다.

이 연구원은 이 기술이 다양한 부분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는 물론이고 터널, 나아가 아예 다른 영역에도 활용 가능하다. 통로를 개량해 활용한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차단을 위한 설비로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미 시제품도 개발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 대피통로 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데 쓰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