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미래 대응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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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미래 대응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노인들은 대부분 영어를 읽고 쓸 줄 몰라서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감수하면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 여유가 생기면서 영어학원에 등록해서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 신용카드에 새겨진 본인 영문명을 읽을 수 있게 됐을 때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리터러시'는 산업사회에서 필수 능력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리터러시와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주 필수 능력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이해와 함께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능력을 뛰어넘어 사회관계 능력까지도 포함하는 추세다. 디지털을 활용하는 역량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 창의성 및 혁신성, 디지털 시민의식,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의사소통과 협동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코로나19로 기업은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 재택근무가 대표 사례다. 재택근무도 기업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따라 효율성에 차이가 난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기업은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제대로 된 재택근무 시스템과 프로세스, 문화를 갖추지 못한 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기업은 큰 어려움 없이 재택근무로 변환한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기업의 공통점은 사무와 업무 환경이 자동화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통해 페이퍼리스가 구현되고 디지털화돼 있어 업무 생산성이 높다. CEO의 결재를 받으려면 몇 주가 소요되던 수직적 문화 기업과 달리 수평과 공유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CEO나 임원도 시스템을 활용해 직원과 소통하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코로나19로 경제도 전통 제조 중심의 대기업 체제에서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하는 체제로의 전환이 시작됐다고 본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것은 핵심 역량인 IT,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기술 때문인 것도 있지만 앞선 디지털 리터러시가 주요 원인이다.

최근 초선 국회의원이 강연에서 국회 업무처리 방식이 아직도 복사지 구매에 소요되는 예산이 엄청날 정도로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고, 업무 효율성이 낮다고 얘기했다. 국회에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기 위한 국가 방향과 제도 및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국회 업무자동화, 디지털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라는 세대의 디지털 리터러시도 중요한 문제다. 최근 AI 열풍으로 인해 SW와 AI 전문가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에 공급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양성 문제 못지않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 전반의 교육 문제가 중차대한 문제라 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 정부의 노력으로 2018년부터 초·중·고에서 SW 교육이 의무화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SW 교육 시수가 아직도 충분하지 못하며, 교수진과 시스템도 불충분한 형편이다. 최근 대학에서도 AI 열풍 여파로 컴퓨터와 SW 교육에 대한 수요가 비전공자로부터 폭발하고 문·이과 가릴 것 없이 필수과목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SW 교육은 컴퓨터 원리를 이해하는 것보다 컴퓨터와 대화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SW 활용 교육이 아니라 SW 이해와 사고력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고 가르쳐야 한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수익 창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젊은 직원과 함께 경쟁력 있게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개성 있게 잘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나부터 과거의 성공에 익숙한 아날로그 방식의 관습에서 벗어나 수평과 공유, 자율과 책임, 도전과 혁신에 기반을 둔 기업문화를 이끌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환 인공지능연구원장 youngkim@ai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