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혁신을 보호하려면

가파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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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경제위원회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으로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임명했다. 우는 '망 중립성' 창시자다. 2000년대 초 통신사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으로 '급행료 강요' 등 통신사의 우월적 행위를 견제, 스타트업·인터넷 기업 성장을 보호하기 위한 네트워크 이론의 토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우 특보는 20여년 만에 강력한 인터넷 기업 규제론자로 변신했다. 우 특보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초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반독점 소송과 기업 분할을 옹호하고 있다. 일견 '사상전향(?)'으로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우 특보는 20년 전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의 '혁신'을 옹호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저서 '빅니스(Bigness)'를 통해 독점 기업이 혁신을 질식시킨다며 대형 플랫폼 기업의 집중된 사적 권력을 정부가 견제할 것을 주장했다.

2000년대 초반 통신사가 인프라에 대한 막강한 권한으로 스타트업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의혹의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2021년 현재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콘텐츠와 상거래 '관문'을 장악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모든 기업에 자사 앱마켓과 결제방식 사용을 강제하는 구글과 애플이 대표적이다. 이들에 대한 우 특보의 견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상, 변화한 ICT 시장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할 때다. ICT 분야 대표 법인 전기통신사업법은 대부분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운영원칙으로 채워져 있다. 부가통신사의 독점을 견제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고민할 때다. 목표는 '혁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