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카카오페이 "마이데이터 심사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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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한 달째 중단
"금융위 심사 기준 완화 등 대안 필요"
금융기업 해외 투자유치 위축 우려
일각선 '사후등록제 도입' 목소리도

개점휴업 카카오페이 "마이데이터 심사 불합리"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받지 못하면서 1개월째 서비스를 중단한 '카카오페이'가 금융 당국의 심사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 당국의 심사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준에 대한 재고려가 필요하지 않냐는 주장이다.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의 허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면서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경쟁사인 네이버, 토스 등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일각에선 마이데이터 사전허가제가 혁신을 방해하는 만큼 사후 등록제를 도입하자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마이데이터 심사 보류로 서비스 중단 이후 불편한 속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류 대표는 21일 “플랫폼 기업으로서 선점 효과가 중요한데 당국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류 대표는 “적격성에 위배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본래 목적에 입각, 해외 주주의 경우 현지 금융 당국의 확인 절차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면서 “(금융위원회는)제재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시조회 등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를 진흥시키고 국내 정책 집행에 대한 주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해외 주주 요건을 완화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점휴업 카카오페이 "마이데이터 심사 불합리"

카카오페이는 자본금 요건, 물적 시설, 사업계획 타당성 등에서 문제가 없음에도 마이데이터 라이선스의 탈락 위기에 놓였다.

금융위가 중국 금융 당국으로부터 앤트그룹 제재 또는 형사 처벌을 받은 이력을 확인하는 서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앤트그룹은 카카오페이 지분 43.9%를 가진 주요 주주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아무 문제없이 해 온 서비스를 해외 금융 당국과 함께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단하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라이선스를 해외 당국이 허가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최근 디지털 경제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힘을 실으면서 중국으로부터 투자받은 국내 기업이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들의 마이데이터 신청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해 국내 금융 기업 중 해외 투자를 받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해외 지분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면 누가 해외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현지 인력을 통해 중국 당국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국 금융 당국으로부터 앤트그룹의 제재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심사중단제도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도 개선을 예고했지만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법제도 개선은 상당 시일이 걸리는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스크래핑으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던 사업자들이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오히려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마이데이터 도입 이후 오히려 서비스 이용이 불편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금융 당국이 혁신의 시계를 늦추는 만큼 현행 마이데이터 사전허가제가 아니라 사후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선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사업자와 좋은 서비스가 나오려면 마이데이터 허가제보다 사후등록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