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57>투자제안서에 제시한 수치들 어떻게 제시해야 하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lt;157&gt;투자제안서에 제시한 수치들 어떻게 제시해야 하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lt;157&gt;투자제안서에 제시한 수치들 어떻게 제시해야 하나

창업 후 창업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꼽으라면 투자유치를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 때문에 많은 창업가들이 투자유치를 위한 투자 제안서 작성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창업자들이 작성한 투자 제안서 내용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사업 아이디어 내지 비즈니스 모델 자체 적절성 여부를 떠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시하는 방식에서도 놓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투자 제안서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수치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제시하느냐도 중요한데,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관련해서 기미히코 야마기시 교수가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1만명 중 암으로 2414명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을 제시한다. 또 다른 집단에게는 매년 100명 중 암으로 24.14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제시한다. 그리고 난 뒤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망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실험 결과, 두 집단에 제시한 사망 확률은 24.14%로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르게 인식하였는데, 1만명을 대상으로 큰 숫자로 제시된 내용을 접한 실험대상자들이 1000명을 대상으로 작은 숫자로 제시된 내용을 접한 실험대상자들보다 사망 확률을 더욱 크게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객관적인 사실과 달리 투자 제안서에 제시한 수치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투자자 개인적 편견과 편향성이 발현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결과를 오래건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폴 슬로빅 교수 또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둘로 나누고 한 집단에게는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20%라는 내용을 제시했다. 또 다른 집단에게는 100명 중 20명이 퇴원 후 6개월 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제시했다. 슬로빅 교수의 실험에서는 같은 내용을 하나는 숫자로 다른 하나는 비율로 제시한 것이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비율로 제시된 내용보다 숫자로 제시된 내용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결과들은 많은 기업에게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있어 '숫자'와 '비율'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예를 들어, 100명 중 70명이 수술 후 10년을 더 살았다고 기술하는 것과 수술 환자의 70%가 10년을 더 살았다고 언급하는 것은 분명 전자가 더욱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술 환자 100명 중 30명이 사망했다고 언급하는 것과 수술 환자 중 사망률이 30% 수준이라고 언급하는 것 중 환자들을 상대적으로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은 비율로 표시하는 방법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인간이 실제로는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숫자'의 크기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인식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숫자'로 제시했을 때와 '비율'로 제시했을 때의 인식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관련 전문가들은 숫자양식효과(Numerical Format Effect)와 숫자범위효과(Numerical Range Effect)로 각각 설명된다. 먼저 숫자양식효과란 정보가 확률보다 빈도와 같은 숫자로 제시되었을 때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와는 달리 숫자범위효과는 같은 내용의 정보라 하더라도 이를 큰 숫자로 제시할 경우 더욱 위험을 크게 인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투자자 역시 선입견과 편견이 있는 인간일 뿐이다. 좋은 투자 제안서라면 이들의 선입견과 편견마저 배려해 작성된 제안서가 아닐까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