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AI의 인간 돌봄 '나의 마더'

[사이언스인미디어]AI의 인간 돌봄 '나의 마더'

먼 미래 인류는 지구에서 모두 멸종했고, 멸균실에서 배양된 단 한 명 여자아이가 인공지능(AI) 로봇에 의해 양육된다. 아이는 AI 로봇을 엄마라 부르고, AI 로봇은 마치 인간 엄마처럼 아이를 먹이고 돌본다. 공부는 물론 발레와 종이접기도 가르치고 나아가 규율과 도덕관념까지 심어준다. 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인류는 종말하지 않았으며 밖에는 더 많은 인간이 있다'고 주장하는 외부인이 들어오면서 영화는 갈등과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호주 영화 '나의 마더'다.

영화는 AI 로봇이 인간 양육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인간이 기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적 기능 향상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인간의 마음까지 돌보는 AI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대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시리'와 '빅스비'는 “자살을 하고 싶다”는 말에 “생명은 귀중해요, 자신을 해칠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혹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면 국립자살예방전화와 상담하길 원할지 모르겠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등 대답으로 살아갈 용기와 도움을 준다.

AI챗봇인 심심이는 코로나19 블루 극복을 돕기 위해 최근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기존의 연예인, 영화, 뉴스 등 콘텐츠는 물론 이용자가 우울한 감정을 표출하면 위로해 준다.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 회사인 심심이는 AI가 코로나19 시대의 디지털 치료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테이지파이브는 '깨비'라는 반려로봇을 사회복지용 사물지능(AIoT)으로 출시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웃고, 코를 여러번 누르면 재채기를 한다. 팔 관절을 이용해 춤을 추고 힘을 내라며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기도 한다. 이로써 인간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활력을 제공한다.

깨비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홀몸 어르신과 함께 하며 우울증을 개선한다. 추후 스테이지파이브는 어르신이 발화한 단어를 분석해 감정을 분류하고, 부정적 감정은 감소시키고 긍정적 감정은 증가시킬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로봇 마더에게 모성애는 없었지만 더 나은 인류를 위한다는 프로그래밍에 의해 인간을 배양하고 키웠다. 그리고 AI 손에서 도덕적, 예술적 능력과 생존력까지 뛰어난 한 사람이 탄생했다. 양육이라는 가장 높은 차원의 인간성을 AI가 딥러닝을 통해 구현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은 영화에서 그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AI의 성공적 인간 돌봄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질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수 있음을 기대해봄직하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