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58>창업 초기 의사결정 다수결이 정답일까?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58>창업 초기 의사결정 다수결이 정답일까?

경영 활동은 수많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의미에선 성공한 창업은 성공한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다. 창업 활동 수행 시 의사결정은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기업 경영 활동을 지켜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목격된다. 경영 현장에서도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와 함께 민주적 의사결정이 최대한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조직문화 속에서는 회사 상사는 결정을 하고 직원들이 이를 순종하는 형태로 업무가 수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무 수행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민주적인 논의 후에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민주적인 결정에는 다수결도 대표적인 방법이다.

팀을 구성해 창업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 다수결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렇다면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은 아무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다수결투표제는 해당 투표에 참여한 개인의 선호 상태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회사 전체 투표 결과는 불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흔히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이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투표 상황을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유권자 김 씨, 이 씨, 박 씨 세 명이 회사 대표를 뽑는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때 후보자는 갑, 을, 병 세 명뿐이다. 먼저 김 씨는 후보들 중 갑을 가장 선호하고 그 다음으로 을을, 마지막으로 병을 선호한다. 반면에 이 씨는 을을 가장 선호하고 다음으로 병을, 마지막으로 갑을 선호하며, 박 씨는 병, 갑, 을 후보자 순으로 선호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세 명의 후보자 중 회사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 방법으로, 임의로 두 후보자를 먼저 선택해 해당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한 후보자는 탈락시킨다. 그리고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후보자와 남아 있는 또 다른 후보자를 결선 투표에 붙여 이 중 최종적으로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를 동네 대표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이때 갑과 을을 대상으로 먼저 투표를 수행할 경우 김 씨는 갑에 투표할 것이고 이 씨는 을에 투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 씨는 1순위 선호자인 병이 투표 대상에 없기 때문에 2순위 선호자인 갑에 투표할 것이다. 따라서 과반수 득표자는 갑이 된다. 이렇게 선출된 갑과 남은 병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할 경우 김 씨는 갑에 투표할 것이고 이 씨와 박 씨는 병에 투표할 것이다. 따라서 최종 당선자는 병이 된다.

이번에는 을과 병을 대상으로 먼저 투표를 수행할 경우를 비교해보자. 을과 병을 대상으로 먼저 투표를 실시할 경우 김 씨와 이 씨는 을에 투표할 것이며, 박 씨는 병에 투표할 것이다. 결국 1차 투표 결과 을이 과반수를 얻게 된다. 과반수를 얻은 을과 갑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할 경우 김 씨는 갑에 투표할 것이며 이 씨는 을에 투표할 것이다. 하지만 박 씨가 갑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최종 당선자는 갑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는 의미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투표 참여자 선호 체계는 분명하더라도 투표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선정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투표의 역설이다. 투표 역설은 우리에게 중요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투표 시 비교대상 순서만 변경해도 최종 결정 내용을 얼마든지 뒤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창업 초기에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선택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금 주어진 내용만을 바탕으로 다수결에 의거한 결정이 정말 회사를 위한 방식인지 한번 즈음 돌아보길 바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