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판 뒤집힌 C-ITS... 우리나라도 사업 착수

도공, C-ITS 실시설계 용역 발주
통신방식 변경 추가 비용도 파악
웨이브 우선 구축 후 C-V2X 채널 변경 염두한 듯
유럽은 한국에 C-ITS 확대 위한 서한 보내

통신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던 차세대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사업이 설계 용역 발주로 본격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결정으로 C-V2X 대세론이 강했지만 미국의 정권 교체와 유럽의 공격적인 하이브리드 확대 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재편됐다. 우리나라는 검증된 기술로 우선 구축하고 향후 진보된 통신기술로 전환할 수 있게 열어 두는 방식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C-ITS 인프라 구축 실시설계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C-ITS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교통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자동차에서도 필요하지만 현 도로에서도 안전 정보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의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올해부터 본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C-ITS 개념도
C-ITS 개념도

사업 시작에는 통신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에서는 정보를 어떤 통신으로 주고받느냐를 두고 웨이브(DSRC)와 C-V2X 진영 간 논쟁이 뜨거웠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 11월부터 공동연구반을 운용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웨이브는 수년 동안 시범사업과 실증사업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됐지만 C-V2X는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향후 기술이 진보할 가능성이 보이는 분야는 C-V2X다. 당장 적용을 미루면서까지 C-V2X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양 부처 차관까지 만나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국토부가 개방성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선 기지국의 적정 설치 위치 및 설치 수량, 전송망 구성과 같은 설계 용역을 시작했다.

설비에 대한 발주는 6~7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통신방식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도록 변경 시 소요 비용 등도 산정하도록 했다. 통신방식 규정은 정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은 웨이브밖에 없다. 우선은 웨이브 기반으로 구축하되 향후 C-V2X 검증이 완료되면 채널 변경도 가능하도록 열어 두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정에는 글로벌 시장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지난해 FCC가 만장일치로 5.9G㎐의 C-ITS 대역폭을 축소하면서 이를 C-V2X에 몰아 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미국 교통부(DOT)에 이어 미국고속도로교통관리협회(AASHTO)와 ITS아메리카가 5.9G㎐ 변경안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역폭 축소가 가장 민감했지만 이 때문에 지난해 결정이 뒤집힐 공산이 높아졌다.

유럽은 웨이브와 셀룰러 통신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유럽 국토교통부의 연합체라 할 수 있는 시로즈(C-Roads) 플랫폼 사무총장이 국토부로 서한을 보내 유럽 하이브리드 방식에 대한 우리나라 활동을 독려했다.

유럽은 18개국 50개 이상 도시에서 하이브리드 혼합통신(ITS-G5) 방식에 동의했으며, 일부 국가부터 구축을 시작했다. ITS-5G는 단거리에서는 웨이브, 장거리에서는 이동통신을 각각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C-ITS는 커브 길처럼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곳에서 사고 정보를 보내는 등 자동차 안전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구축해야 하는 인프라”라면서 “기술 방식은 열어 둔 상태에서 본사업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