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서비스 거점까지 전기차 충전소 늘린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국 20곳에 전기차용 초급속충전기(350㎾급) 120기를 구축 중인데 이어 정부 사업을 통해 전국 서비스(판매점·정비센터) 거점 70여곳에도 급속충전기(50·100㎾급)를 추가 설치한다. 최근 잇따른 신형 전기차를 출시로 자사 충전 고객이 대폭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충전인프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충전서비스 육성사업 지원사업'에 500개가 가까운 급속충전기(50·100·200㎾급) 보조금 신청서가 접수됐다.

에너지공단은 이들 신청서 중에 사업성과 공익성·사용자 접근성을 따져 최종 281기의 급속충전기를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예산을 들여 최근 오픈한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현대차그룹이 자체 예산을 들여 최근 오픈한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올해 에너지공단 사업은 작년 코로나19 사태와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신청자가 저조해 7차례나 신청을 받았던 것과 달리 1차 모집에서 전부 마감됐다. 현대차그룹과 주유업계가 크게 몰리면서다.

에너지공단의 보조금 지원 대상 선정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42기, 33기로 가장 많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국 판매 대리점과 서비스센터 등 거점에 급속충전기(50·100㎾급) 75개를 확보, 6월 말까지 충전기 설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올해 말까지 전국 20곳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모두 120기 초급속충전기(350㎾급)를 구축 중인 현대차그룹은 국내 최대 규모 초급속 및 급속 충전시설을 자체 운영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주유소 업계 보조금 신청도 대폭 늘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각각 12개, 13개 주유소에 200㎾급 초급속충전기 28기 설치를 위한 보조금을 확보했다. 올해 전국 주유소를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유업계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전환사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밖에 중소업체별로 전국 유통시설과 숙박시설·공용주차장·주민센터 등 각종 상업 시설에도 급속충전기가 대거 설치된다.

에너지공단은 공용 생활 시설에 설치 부지를 확보한 민간 업체를 대상으로 급속충전기(100㎾ 기준)당 최대 2650만원을 한도로 총 구축·운영비의 50%를 지원한다. 보통 2000만원 수준인 100㎾급 급속충전기를 포함해 공사비와 한국전력공사 불입금 등을 합치면 4000만~4500만원이 드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다.

한편 가장 많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현대차그룹의 급속충전기 설치 장소에 대해 공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충전기 설치 장소가 현대차·기아 정비망이나 판매점이다 보니 장소 특성상 다른 브랜드 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돼 모든 차량의 접근이 용이한 현대차그룹의 초급속충전소와는 다른 환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 덕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초급속시설을 필요한 곳에 구축할 수 있어 유용하다”면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대기업이 정부 예산으로 자사 고객만 주로 사용하는 시설에 충전시설을 구축하는 건 정부 사업 취지와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