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이 '비튼 코인'...암호화폐 투기에 이혼 상담 급증

우리사이 '비튼 코인'...암호화폐 투기에 이혼 상담 급증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가 투자 수익 악화로 문제가 돼 부부 간 불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급증세다. 배우자와 상의 없이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해 재산을 날렸거나, 수천만원 신용대출을 받아 가상자산을 샀다가 빚더미에 오른 사실을 발각당한 경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로 인한 이혼과 재산분할에 관련된 법률 상담이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이나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이 재산분할 대상 여부가 되는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면 강제집행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시중에 알려진 판례나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시세 급등락이 심하고 법정 지위가 모호해 현직 변호사들도 상담에 애를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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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가상자산 압류 가능성이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보유자가 전자지갑 내에 배타적, 독립적으로 보유하는 재화다. 법원이 압류명령을 내릴 제3자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압류를 집행하려고 해도 은닉한 전자지갑 존재 여부를 숨긴다거나, 하드월렛 암호키 분실 등을 이유로 강제집행을 거부할 경우 자산 추징은 물론 은닉 규모를 추정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다만 대부분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업비트, 빗썸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채무자가 이용하는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지정, 압류명령을 내릴 수는 있다. 거래소 이용 약관 상 '금전반환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한 것이다. 또 대부분 거래소는 일정 기준에 따라 회원의 이용 중지 처분, 계정이나 전자지갑의 동결 조치 등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상자산 평가 시점에 따라 재산분할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만약 현금이 아니라 보유 가상자산 일정 비율을 지급하라고 판결이 나온 경우, 변론종결 시점에 따라 해당 가상자산 가치가 0으로 수렴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강동원 법무법인 정의 대표변호사는 “주식처럼 최근 몇 개월 간 평균 가격을 통해 암호화폐 가치를 산정하도록 주장하는 방안도 있다”며 “현금 혹은 암호화폐 개수로 청구할 지 여부도 재판에 개별적인 유불리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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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특성상 이혼 상담도 맞춤형이 고려된다. 가상자산 관련 이혼 상담이 들어오면 변호사들은 유책 배우자가 해당 가상자산을 '손절'했는지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이미 손실이 재산에 반영됐다면 부부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코인을 팔지 않고 버티고 있다면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혼 상담과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예상치 못한 원금 회복은 물론 몇배 수익이 나 자연스레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정상은 번영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배우자의 동의 없는 과도한 투자도 이혼 귀책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시장은 이미 규모가 상당함에도 아직 제도권 투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변동성이 무척 커서 이혼 소송 진행 중에도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잘 아는 변호사와 상담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