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보급 정책 다시 세우자] (상)해마다 '땜질 처방'…보조금만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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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사업자 자격 요건 강화했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보조금 신청 가능
자격 미달 업체 '꼼수' 참여 잇따라

올해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수가 25만대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 정책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않고 있다. 매년 제도를 보완하지만 시장은 또 다시 헛점을 찾아 법망을 피해 정부 예산 따기에만 열중한다.

당연히 제대로 된 충전기 인프라 구축은 더디기만 하다. 충전기 제조사나 충전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혼란만 더해진다. 전자신문은 3회에 걸쳐 정부의 현실성 없는 보급사업 및 정책 실태와 개선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환경부가 올해부터 보조금만을 노린 사업자들의 난립을 막고 충전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등 서비스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충전사업자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벌써 그 효력이 떨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 의도와 달리 환경부 지침의 허점을 노린 미자격 업체나 보조금 수령 확률을 높이기 위한 관계사까지 등장했다. <2021년 4월 7일자 1면 참조>

업계에 따르면 9일 충전기 민간 보급 사업 개시를 앞두고 전기공사업체 등 다수 미자격 업체가 컨소시엄 구성해 환경부 충전사업자 등록 절차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운영 중인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현대차그룹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운영 중인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당초 환경부는 정부 보조금만 타내기 위해 미자격 업체 난립을 막고자 사업자 자격 조건을 강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컨소시엄 형태 사업 참여를 예외 조항에 두면서 규정의 허점을 노린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환경부의 '2021년 충전인프라 설치·운영 지침'에 따르면 100기 충전기 구축·운영 실적과 전기공사 전문인력(1명)을 포함한 사업수행·운영시스템 등 관리 인력 총 3명을 고용해야 한다. 또 24시간 운영 콜센터와 전국에 사후관리(AS)망을 갖춰야 한다. AS망은 전국 기준 최소 5개 권역으로 충전시설 300기당 1명의 담당자를 둬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컨소시엄(공동수급)을 구성해 사업수행기관 등록 신청이 가능하다'라는 예외 조항을 두면서 새로 바뀐 사업자 자격을 갖추지 않고도 보조금 사업 참여가 가능해졌다.

환경부는 “충전기 100기 운영실적 등 일부 자격 기준이 높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컨소시엄 구성 시에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환경부의 바뀐 새 지침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 자격 기준을 강화했지만 컨소시엄 참여를 허용하면서 예전처럼 아무 업체나 정부 사업 참여가 가능해졌다”며 “운영실적 없이 공사 실적만으로 참여한 업체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사업 기준을 자격을 강화한 건 일부 업체가 충전사업보다는 보조금만을 노리고 각종 편법을 동원해 무분별하게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유지보수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환경부 환경공단을 사칭해 충전기 설치 영업하는 일은 매년 발생했고, 보조금만 타내기 위해 마구잡이식 충전기 설치나 부실 공사도 매번 이슈가 됐다. 심지어 지난해는 멀쩡한 충전기를 철거하고 보조금 받기 위해 새 충전기 설치하려는 시도가 적발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충전사업자들이 외주 업체를 활용한 과도한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정부가 사전 영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사업 개시 훨씬 이전에 아파트로부터 받은 보급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지만,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 또 최근엔 아파트로부터 접수한 보조금 신청서를 또 다른 사업자를 상대로 웃돈에 거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 보조금 신청 수를 늘리기 위해 자회사나 관계사를 만들거나 명의만 빌려와 고용 기준을 맞추는 일도 더러 있다”며 “매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정부는 편법·불법 행위를 적발해도 경고만 할 뿐 아직까지 제재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충전기 보급사업이 보급물량 채우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사업자나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사업자별 로밍(호환) 의무화나 운영 맵 등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환경부·한국전력의 각종 데이터(위치·사용정보)를 민간 사업자에 개방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