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잔디 깔린 바닥' '착용하는 에어백'…자율주행 혁신은 계속된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는 이동수단에서 생활공간 그 이상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더 이상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할 필요가 없어지면 우리는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를 타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비행기나 기차 혹은 고속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 승객은 시트에 앉아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고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미디어를 시청한다. 또 간식을 먹고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기도 한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앞서 언급한 대중교통과 비교해 출발지와 도착지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독립된 공간에서 이전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자율주행차는 영화 감상, 인터넷 검색, 게임 등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된다. 출장길에는 사무를 보거나 동료와 마주 앉아 회의를 하고, 장거리 여행에는 침대로 변하는 시트에 누워 숙면을 취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색다른 이동 경험 측면에 더해 실내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자율주행차는 독특한 변신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량 바닥에 잔디를 깔고 꽃과 나무가 자라는 정원형 실내나 숲 속 벤치 느낌의 실내를 구성할 수 있다.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미래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 차량 스스로 식물을 관리하고, 외관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로 에너지 자급을 극대화하는 단계가 되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색다른 공간을 제공하는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차량을 소유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필요한 시기에 호출하여 이용하는 모빌리티(mobility) 공유서비스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M비전 S1.
현대모비스 M비전 S1.

이처럼 자율주행차에서 공간 활용이 달라짐에 따라 차량의 안전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이 대중화하면 도로에서 신호위반·음주운전·난폭운전 등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사고 발생도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승객은 자율주행시스템을 믿고 차량 내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율주행 모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승객 피해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차량에서의 안전 시스템은 공간의 변화와 탑승자의 움직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자율주행차에 최적화된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벨트는 시트가 아닌 승객 뒤쪽에 연결된다. 평상시엔 느슨한 상태로 탑승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위험이 인지되면 신속하게 승객을 당겨 시트에 자세를 고정시킨다. 또 몸에 착용하는 형태의 에어백도 개발될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에서 승객들은 몸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으므로 착용하는 형태의 에어백으로 머리나 복부 등 주요 신체 부위를 방어할 필요가 있다.

현대모비스 M비전 S2.
현대모비스 M비전 S2.

이 같은 안전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시스템은 주행 상황을 분석하고 탑승자에게 미리 사고 위험을 경고하게 된다. 그러면 위험 수준에 따라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최적화된 상태로 작동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안전한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센서·제어기·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뿐 아니라 자율주행시대가 가져올 이동의 경험의 변화, 공간의 재구성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사들은 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안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체험을 하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